“부정거래행위로 취득한 이득, 불법 정도의 징표”

“범죄수익 방치 시 형사사법기능 전체 불신 생겨”

헌법재판소. [사진=헤럴드경제 DB]
헌법재판소. [사진=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법을 위반한 금융거래로 인한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까지 벌금에 처하는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1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43조 제1항, 제447조 제1항 등에 대해 제기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6(합헌)대 3(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법은 금융투자상품의 거래와 관련해 문서에 거짓을 기재하거나 위계를 사용하는 등 위반행위를 한 자가 징역에 처해질 경우, 이로 인해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1배 이상 3배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필요적으로 병과하도록 한다.

헌재는 범죄 수익을 그대로 두면 국민 법 감정에 반하고 국가 형사사법기능 전체를 불신하는 요인이 되므로, 범행으로 인한 수익을 초월하는 재산형으로 함께 처벌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벌금형과 몰수·추징은 다른 제도이고, ‘부정거래행위로 취득한 이득’은 불법의 정도를 드러낼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징표”라며 “심판대상조항이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을 기준으로 그 금액의 1배에서 3배 사이에 벌금을 정하도록 한 것을 책임을 벗어난 형벌, 또는 입법목적 달성에 불필요하다거나 과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

헌재는 실제 취득한 이익과 관계없이 전체 범행 이득액을 기준으로 벌금이 부과되고 벌금 미납 시 노역장에 유치되는 것이 부당하다는 청구인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공동정범으로 인정되는 이상 실제 취득한 이득액의 규모와 관계없이 다른 공동정범과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되는 공범 처벌의 법리에 따른 것”이라며 “벌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경우 노역장에 유치되는 것은 형법상 노역장 유치조항에 기인한 결과일 뿐,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관은 구체적 사건에서 여러 정상을 참작해 심판대상조항의 범위 내에서 벌금액수를 정하거나 작량 감경,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등 구체적 형평을 기할 수 있다”며 “심판대상조항은 형벌과 책임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선애·이석태·이영진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자본시장법이 범죄수익 박탈을 위해 필요한 몰수·추징 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이 필요적으로 벌금을 병과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범행으로 취득한 경제적 수익이 없거나 경미한 공범에게도 일률적·획일적으로 고액의 벌금형을 필요적으로 병과하게 되어 지나친 형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판 청구인 A씨는 공범들과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인 주식회사의 주식 취득 자금 조성경위를 허위 공시하고, 해당 회사가 중국에 진출한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84억여원의 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 6개월과 벌금 45억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항소심 도중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정신청을 했으나 기각된 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