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어 브루킹스 수석연구원 인터뷰
“美北 ‘비핵화’ 정의 서로 달라
韓美, 더 이상 같은 페이지 아냐”
에반스 리비어 브루킹스 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1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을 맡을 핵심인사들은 클린턴 행정부에서부터 오바마 행정부까지 대북정책 실패현장에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패를 통해 미국은 어떤 정책이 작동 안 하는지 분명하게 배웠고, 이제는 통하는 정책을 시도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초대 북미 연락사무소 대표에 내정되기도 했던 그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튿날 헤럴드경제와 화상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를 이끌어낸 핵심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북미 정상의 권한을 전적으로 위임받은 고위급 협의가 이뤄질 수 있다면 ‘페리 프로세스’의 틀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하지만 북한의 핵무력 능력이 고도화됐기 때문에 추진하기 상당히 어렵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아시아 정책을 주관하는 요직 인사들을 보면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클린턴 행정부든,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면서 실패의 현장에 있거나 목격한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실패는 교훈을 얻기에 굉장히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분명한 건 바이든 행정부의 사람들은 어떤 정책이 작동하지 않는지 분명하게 배웠고, 그것을 알고 있다. 이제는 작동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봐야할 때다.
Q. 현재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북정책은 무엇인가?
=만약 미국의 정책목표가 북한의 비핵화가 맞다면, 김정은 정권이 핵개발을 하게 된 핵심 믿음, ‘핵보유로 체제보장을 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깨뜨려야한다. 국제사회와 이웃국가들의 협조를 통해 외교, 인도주의, 무역, 금융, 군사력 등 모든 분야에서 압박을 가하는 ‘거대한 압박’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다. 현재까지 사용해본 적이 없는 접근법이다.
Q. 한미 연합군사훈련 유예 등으로 북한을 협상으로 견인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 연합훈련을 유예시킨 동안 북한이 대규모 동계훈련과 열병식을 중단했나.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은 당대회를 통해 유예기간 동안 전력무기를 고도화시킨 사실을 공개했다. 한미 훈련 유예가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Q. 정의용 외교장관 후보자가 앞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미국에 잘못 전달했다는 지적이 있다.
=정 후보자가 대북특사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와 청와대에서 한말은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대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였다. 북한이 이야기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이 얘기하는 ‘비핵화’와 정의가 다르다.
Q.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할 가능성은 없나?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할 수 없다는 건 이미 바이든 행정부가 시사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행정부 때도 사실 한미는 대북정책에 있어서 만큼은 같은 페이지에 있지 않았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협력가능한 대화상대라고 생각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그렇게 보지 않고 있다. 다만 정상외교의 문을 닫아 놓은 건 아니라고 말했다. 한미 간 많은 의견 조율이 필요할 것이다.
문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