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5억8000만원에 팝니다”
중고물품 거래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에 5억8000만원에 달하는 거래 물품이 올라와 화제다. 주로 동네 주민 간의 소소한 물품거래, 정보 교환 등을 목적으로 활용되던 당근마켓에 웬만한 집 한채 값의 초고가 물품까지 등장, 거래 물품이 폭넓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 부산 해운대 지역 당근마켓 게시판에는 52인승 보트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판매가격은 5억8000만원에 달한다. 판매자는 “발전기, 온수기, 냉난방기, TV, 냉장고, CCTV 등의 옵션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지역에서 또다른 판매자는 1억1500만원에 보트 판매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판매자는 “조금 엉뚱하지만 혹시 팔릴까 싶어 당근마켓에 올려본다”며 “여름까지 신나게 타다가 겨울에 육상에 올려 보관 중이다. 지인끼리 공동 소유도 가능하다”고 판매글에 언급했다.
당근마켓에 억대에 달하는 초고가 물품 판매 게시글이 올라온 것은 이례적이다.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의 당근마켓’을 슬로건으로 옷, 책, 전자기기 등 동네 이웃 간의 크고 작은 중고 물품이 주로 거래되고 있다.
바다가 인접한 부산 해운대 지역의 이번 사례처럼, 지역별 특성에 따라 이색적인 초고가의 판매물품까지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당근마켓 내 다소 엉뚱하고 기상천외한 거래는 이 뿐만은 아니다.
앞서 한 지역에서는 사용한 립스틱을 판매하는 글부터, 냉장고 속 먹다 남은 음식물을 판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물품만 대상인 것도 아니다. ‘바퀴벌레를 대신 잡아주면 3만원을 드리겠다’, ‘반려동물의 관상 봐드린다’, ‘막 신내림을 받았다. 사주를 봐주겠다’ 등의 거래글이 등장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당근마켓의 앱 사용이 확대되면서 중고거래가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당근마켓의 사용자 수는 지난해 5월 853만5279명에서 지난해 12월 1241만9085명으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앱 사용시간도 2270만9595시간에서 3016만3246시간으로 늘었다.
모바일앱 관계자는 “동네 인근 지역 주민끼리 직접 만나 거래하는 컨셉이다보니 인적 교류나 일종의 놀이문화처럼 당근마켓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다양해지는 중고물품 거래의 부작용을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말 ‘20만원에 아이를 판매한다’는 입양글이 올라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근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끼리 거래가 이뤄지다보니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접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당근마켓 측은 최근 ▷성희롱 ▷음란성 메시지 ▷불법 거래 유도 ▷욕설, 혐오 발언 등 메시지를 받았을 때 개별 메시지를 신고하는 메시지 신고 기능을 도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