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수사 ‘길목’ 에서 암초
“범죄혐의 소명 충분치 않다” 판단
산업부 실무진 신병 확보…“구속 필요성 부족”
수사팀, 영장 재청구 여부 고심해야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백운규(56)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구속을 면했다. 청와대 관여 여부를 밝힐 주요 피의자 구속에 실패하면서 검찰은 수사를 확대하는 데 난관을 맞게 됐다.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 혐의로 청구된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직권남용 혐의 소명 부족…“관계자들 이미 구속, 증거인멸 염려 단정 어렵다”
오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백 전 장관의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보기 부족하고, 범죄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이므로,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 부장판사는 또 “이미 주요 참고인이 구속된 상태이고, 관계자들의 진술이 확보된 상태이어서 백 전 장관에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영장 기각 사유를 보면, 법원은 사실상 이미 구속된 산업부 관계자들 선까지만 혐의 입증이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백 전 장관의 주요 혐의는 직권남용이다. 백 전 장관이 2018년 5월 산업부 실무진에게 “즉시 가동중단으로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게 의무없는 일을 강요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오 부장판사는 “백 전 장관은 원전의 즉시 가동중단을 지시하거나 경제성 조작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다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 전 장관이 직권을 남용했고, 산업부 관계자들이 이 지시에 따라 강요된 행위를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는데, 여기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수사팀, 영장 재청구 고심해야…靑 수사 확대 난관
수사팀으로서는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업무방해와 직권남용이라는 혐의 특성상 혐의를 입증할 보강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백 전 장관은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과 함께 이번 사안에 청와대가 관여했는지를 밝히기 위한 핵심 피의자로 꼽혔다.
앞서 감사원은 채 사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청와대 산업정책 비서관이었던채 사장이 행정관을 통해 2018년 4월 2일 월성 1호기 즉시 가동 중단 내용이 포함된 보고를 백운규 산자부 장관의 결재를 받고 올리라고 전화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산자부는 이 통화가 이뤄진 이틀 뒤인 4월 4일 월성 1호기 보고서를 ‘즉시 중단’으로 수정했다. 내부 자료를 대량으로 삭제하는 데 관여한 산자부 국장급 공무원 A씨와 서기관 B씨는 이미 구속됐다.
전날 영장심사에 출석한 백 전 장관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국정과제였다”며 “장관 재임 때 법과 원칙에 근거해 적법 절차로 업무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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