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폭생 사건’과 흡사…2심서도 벌금형

法, ‘정차 중 택시기사 폭행’ 40대 항소 기각

잠시 정차한 택시에서 승객이 기사를 폭행했을 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에 따른 운전자 폭행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기사의 운전 의사 여부가 근거가 돼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연합]
잠시 정차한 택시에서 승객이 기사를 폭행했을 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에 따른 운전자 폭행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기사의 운전 의사 여부가 근거가 돼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연합]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잠시 정차한 택시에서 승객이 택시기사를 폭행했을 때, 기사의 운행 의사가 있다면 일반 운행 중인 택시와 마찬가지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흡사한 사건으로,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2부(부장 홍창영)는 최근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48) 씨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300만원의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김 씨는 지난해 4월 10일 오후 10시33분께 택시 뒷좌석에 앉아 목적지로 이동하던 중 택시기사 A(57) 씨가 막다른 골목으로 잘못 들어가자,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고 기사의 팔을 잡아당기며 폭행하고 욕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특가법에 따른 운전자 폭행으로 인정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015년 개정된 특가법은 택시기사가 승객 승·하차를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도 ‘운행 중’에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은 공중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운행 의사 없이 주·정차한 상태에서 폭행은 특가법 성립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례를 냈다.

당시 정차했던 골목은 갓길에 주차된 차량이 있어 택시가 비켜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인근에 5명가량이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 측은 사건 발생 당시 택시 운행을 종료한 상태였으므로 특가법 위반이 아니라며 항소했다. 폭행이 있던 시점에 요금 결제가 완료돼 택시 운행이 종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김 씨 측 주장이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A 씨의 운전 중단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며 김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사건이 발생한 골목은 불특정 다수가 통행하는 곳으로, 만일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공중의 교통안전을 저해한다”면서 대법원 판례가 정한 ‘죄가 성립하지 않는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인 기사 A 씨의 진술을 근거로 “김 씨의 정차 요구에 따라 택시를 잠시 세운 것이므로 운행을 종료할 의사로 택시를 정차한 것이 아니다”고도 밝혔다.

재판부는 아울러 블랙박스 영상을 근거로 “김 씨가 A 씨의 팔을 잡아당길 때 동승자가 택시 뒷좌석에서 요금을 결제하고 있어 택시 운행이 종료됐다는 주장은 전제부터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택시기사가 계속 운행할 의사가 있었는지는 요금 결제 완료 등 승객과 맺은 개별적 운송 계약의 종료 여부와는 관계없다”며 “피해자인 운전기사가 다른 승객을 상대로 택시 영업을 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