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 분양 아파트 최소 2년 최대 5년 실입주 의무화
분양가 자체도 주변 시세 대비 90%까지로 사실상 인상
신규 아파트 전세 사실상 소멸 효과…전세 이용 내집마련 불가능, 전세난 가중 우려도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 마련’과 전세 세입자 모두에게 또 장애물이 생겼다. 상한제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분양가가 오르는 가운데, 주거 의무 조항이 더해지면서 전세금으로 부족한 돈을 마련하려던 집주인과 신규 단지 전세 입주를 노리던 세입자 모두 난관에 빠진 것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국무회의를 열고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의 분양가격과 주변 시세 차이에 따라 최소 2년에서 최대 5년까지 분양받은 집 주인의 직접 거주를 강제한 것이다. 어기면 징역 1년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는다.
또 최근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 심사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주변 아파트 시세의 90%까지로 분양가 인상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서울 기준 5억원에서 10억원의 현금이 없다면 분양조차 노릴 수 없게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더 이상 전세를 끼고 새 집을 마련하던 것은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결국 현금부자만 분양 받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실거주 의무기간 적용으로 현금 동원 여력이 부족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집값 상승과 대출규제로 자금이 부족한 서민들은 분양받은 아파트를 전세로 놓고 받은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지급하는 재테크 관행이 원천 차단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금융 대출 규제 완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고착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분양 가격이 이미 평당 2800만원을 넘은 가운데, 30평 대 중형 아파트는 사실상 중도금 또는 잔금 대출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세 세입자들의 불안도 문제다. 과거 대규모 단지의 신규 입주 시 나타났던 전세가 급락 현상은 이제 과거 이야기가 될 뿐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신규 단지에 전세가 사라지면서, 자칫 주변 지역의 전세값만 올리는 ‘풍선 효과’까지 우려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까지 나서 세입자의 74%가 계약 갱신으로 전셋값 상승도 둔화되고 있는 현상을 예로 들며 “2월 겨울방학 학군 수요가 끝나면 매물도 늘고 있어서 전세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본다”며 안정을 자신했다. 하지만 갱신 기간이 끝나는 2년후에 신규 전세 물량이 많지 않다면 또 다시 전세난 사태가 불거질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이번 분양 실거주 의무기간 적용이 전세에서 내 집마련으로 이어지는 사다리를 차단하는 역효과도 있다”고 우려하며 분양 물량에 대한 기존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보완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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