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판매 가전제품 수리가능성 지표 1위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고장 난 휴대폰도 버려지지 않고 수리받을 권리가 있다.’
프랑스에는 전자제품에 수리권이 있다. 단순히 소비자의 수리비용을 아끼라고 도입된 제도가 아니다. 고장 난 전자기기가 폐기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친환경’ 제도다.
2021년 1월부터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가전제품에는 제품의 차후 ‘수리 가능성(Indice de réparabilité)’ 등급을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등급지표에 이어 프랑스 정부가 전자제품 판매에 표기를 의무화한 두 번째 지표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전자제품을 구매할 때 제품에 부착된 수리 가능성 지수를 고려하게 되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등급에서 삼성전자가 눈에 띠는 성과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 휴대폰 10점 만점에 8점 최고점…수리 매뉴얼 제작도
17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따르면, 현재 가장 발빠르게 수리 가능성 지표를 부착하고 지표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획득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전자제품 전문 유통매장 불랑제(Boulanger)에 전시된 삼성 휴대폰의 수리 가능성 점수는 10점 만점에 약 8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경쟁 기업인 샤오미 (Xiaomi) 휴대폰은 4.7~7점대에 머물고 있다.
삼성은 인터넷에 소비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갤럭시S21 ‘수리 매뉴얼’을 온라인 사이트에 공개하며 휴대폰 수리권 보장에 앞장서고 있다.
100장의 상세 사진이 담긴 약 40쪽 매뉴얼에는 휴대폰 수리방법이 자세히 안내돼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으로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부품 매장 목록도 온라인에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이 좋은 반응을 얻자 중국 가전업체 오포(Oppo)와 에이수스(Asus)도 이를 따라 비슷한 매뉴얼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프랑스 휴대폰 점유율 3위인 애플은 수리 가능성 지수에 별 다른 관심이 없는 듯하다. 르몽드 지는 “프랑스 휴대폰 1, 2위 업체는 모두 이 지표를 따르고 있지만 3위 애플처럼 소수의 업체만이 이 지수를 표기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내년 1월 이후에는 프랑스 정부가 전자제품업체가 수리 가능성 지수를 표기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기 때문에 애플도 수리 가능성 지수 향상을 위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가전제품을 많이 팔고 싶으면 소비자를 위해서도, 환경을 위해서도 수리를 잘 되게 만들라’는 프랑스 정부의 정책이 꽤 잘 통하고 있는 것이다.
수리 가능성 지표 산출 방식은?
수리 가능성 지표는 2020년 발효된 프랑스의 ‘낭비방지 순환경제법’에 포함된 프로그램이다.
전자제품이 고장 났을 때 버리고 재구매하지 말고 가급적 수리를 가능케 해 가계소비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프랑스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는 5가지 카테고리의 전자제품에는 고장이 났을 때 수리가 가능한 범위를 지표로 환산해 점수로 표기해야 한다.
수리 가능성 점수는 ▷정보 제공(매뉴얼) ▷분해 용이성 등 ▷수리 난이도 ▷부품 공급 원활성 ▷부품 가격 ▷제품 특성에 따른 세부 특기사항 등 5개 기준으로 산출된다.
쉽게 말하면 고객이 전자제품을 수리할 수 있게 충분하고 쉬운 정보를 제공했는지, 실제 수리할 때 부품이 없거나 비싸서 수리를 포기하게 하진 않는지 등을 점수로 매기는 것이다.
수리 가능성 지표는 제품의 수리 가능 범위를 계산해 1~10점에서 점수가 표기된다. 점수가 올라감에 따라 붉은색에서 오렌지색, 노란색, 연두색, 녹색으로 구별된다.
현재 카테고리에 해당되는 전자제품 제조 브랜드의 약 3분의 2가 이 조치를 이행하고 있다. 필수 대상은 드럼세탁기, 스마트폰, 노트북, TV, 잔디 깎는 기계 등이다. 정부는 대상이 되는 제품을 점차 넓혀갈 계획이다.
프랑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전자제품 중 수리가 가능한 상품은 40%로, 정부는 5년 내 6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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