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지금부터 50년 전인 1971년2월6일에 우주 비행사 앨런 B. 셰퍼드 주니어가 달 표면에서 골프 샷을 했다. 프라마우로 분화구 근처에 착륙한 착륙선에서 내린 셰퍼드는 월석(月石)을 채취하는 일을 마치고 난 뒤에 다층 안테나처럼 접히는 윌슨 스태프 다이나파워 6번 아이언을 꺼내 쭉 펴서 공을 바닥에 놓고 두 번의 샷을 해 공을 쳤다. 반백년이 지났지만 당시 샷은 미국인들에게 잊히지 않는 멋진 기억으로 남았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최근 셰퍼드의 ‘달 샷’ 50년을 기념해 당시 샷 거리를 측정한 글을 실었다. 영국의 영상 사진 전문가 앤디 사운더스가 달수색기(LRO)의 화면을 고화질로 분석해냈다. 촬영된 이미지를 분석해 두 번의 샷 거리를 계산해냈다. 월면화 신발을 신은 자국과 디보트 자국과 공이 떨어진 지점을 좌표로 찍어서 거리를 추론한 것이다.
우주 항공 탐사에서 소련(지금의 러시아)에 뒤졌던 미국은 1961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10년내 달에 우주인을 보내겠다”는 아폴로 계획을 선언하면서 달 탐사를 본격화했다. 몇 번의 실패과 시행착오를 거쳐 1969년7월21일에 아폴로 11호 선장 닐 암스트롱과 E.E. 올드린 주니어가 달 표면에 착륙한 첫 우주인이 됐다. 그로부터 4개월 뒤인 11월14~24일까지 콘래드 2세, 고든, A.L.빈을 태운 아폴로 12호가 착륙애 월석을 채취해 돌아왔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1년 반이 지나 아폴로 14호가 달 착륙에 성공했고 9시간25분 동안 머물며 손수레로 42kg의 월석을 채집했다. 선장인 셰퍼드의 중력 실험을 겸한 달 샷은 그 뒤에 나왔다.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해 공은 멀리 날아갈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한계가 있었다. 셰퍼드의 우주복과 장갑이 두꺼워 움직임이 둔했고, 오른손만으로 한 스윙이었다. 처음 한 샷은 섕크가 나면서 근처 분화구에 떨어졌다. 거리는 총 24야드였다. 동료 조종사인 에드거 미첼은 태양풍 실험 막대기를 투창하듯 던졌는데 첫 번째 공보다 더 멀리 날아갔다.두 번째 샷은 셰퍼드가 조금 앞으로 나가 평평한 장소에서 스탠스를 취했다. 역시 오른손 한 손으로 치고는 “마일즈, 마일즈 앤 마일즈”라고 외쳤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두 번째 샷은 더 멀리 날아갔을 것으로 추측했으나 실제 측정 결과는 40야드였다.
해군 출신의 셰퍼드는 골프 애호가였는데 휴스턴의 리버오크스 컨트리클럽의 수석 프로 잭 하든에게 여러 겹으로 접히는 클럽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해서 가지고 갔다고 한다. 셰퍼드가 달에서 귀환한 뒤로 리버오크스 클럽에 벌금을 물어야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흙이 덮인 곳에서 벙커샷을 하고 난 뒤에 고르게 정리를 하지 않고 왔다는 이유에서였다. 아폴로 11호에서 17호까지 여섯 번 탐사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달 탐사 아폴로 계획은 이후 시들해졌다. 하지만 근래들어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통해 우주 여행 사업을 펼치고 있다. 며칠 전 미국의 무인 탐사로봇 퍼시비어런스가 화성 표면에 안착했다. 용품사 시아무스골프는 셰퍼드의 달 샷 50주년을 기념해 미국항공우주연구소(NASA)가 인쇄된 헤드커버, 백과 의류 액세서리까지 출시했다. 나일론보다 30% 가볍고, 철보다 15배 질긴 다이니마(Dyneema) 합성섬유로 제작했다고 한다.
달에 첫 발을 내디딘 암스트롱은 “한 인간에겐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겐 위대한 도약”이라는 명언을 남겼다면, 셰퍼드는 지구에서 약 40만 킬로미터 떨어진 달에서 두 번의 골프 샷으로 최대 40야드를 보냈다. 당시 셰퍼드가 사용한 클럽과 장갑은 미국 골프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셰퍼드의 40야드는 짧은 비거리지만 골프사 600년 중에 가장 멀리 골프를 한 업적이다. 참고로, 이번 금요일(26일)이 정월 대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