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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스 캡카가 피닉스오픈 우승할 때의 골프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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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리드가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 우승할 때의 백.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세계 투어 정상급 골프 선수들의 풀 세트 용품 계약이 점차 줄고 있다. 최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웨이스트매니지먼트피닉스오픈에서 통산 8승을 달성한 브룩스 켑카(미국)는 용품 계약이 없다. 그가 쓰고 싶은 모델을 다양하게 테스트하고 달라지는 코스와 샷감에 따라 그때그때 맘대로 들고나간다. 그 이유로 특정 브랜드의 풀세트 장착의 장점이 이제는 희석되었거나 용품사들이 예전만큼 많은 계약금을 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켑카가 우승한 골프백을 분석하니 5가지 브랜드가 섞여 있었다. 드라이버는 10.5도 로프트의 테일러메이드 심(SIM)2, 우드는 테일러메이드 M2(16.5도)를 넣었으나 드라이빙 아이언은 오래전부터 쓰던 나이키 베이퍼 플라이 프로(3번), 아이언(4-PW)은 스릭슨 ZX7, 웨지는 타이틀리스트 보키 SM8(52, 56도)와 보키 SM4 TVD(60도), 퍼터는 스카티 캐머런 뉴포트 2 SLT 10, 볼은 타이틀리스트 프로 V1x였다. 켑카는 미즈노 JPX 919투어 아이언을 오래 썼지만 올해는 스릭슨 ZX7로 교체했다. 켑카는 “어떤 브랜드 클럽이든 새로 나온 것을 써볼 수 있다”면서 어떤 브랜드를 썼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우승 인터뷰에서 “아이언 샷이 보다 좋아졌다”면서 클럽 브랜드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놓고 광고를 못하는 스릭슨은 이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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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은 캘러웨이 드라이버를 쓴다. 이밖에 브릿지스톤 아이언, 핑 웨지 등을 골고루 사용한다. [사진=LPGA]

태평양에 면한 라호야 토리파인스에서 열린 바로 전 대회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을 5타차 우승한 ‘악동’ 패트릭 리드(미국)의 골프백 역시 다양한 브랜드 조합이었다. 그는 드라이버와 우드, 하이브리드를 컨디션에 따라 골라 쓴다. 리드의 우승 클럽은 드라이버를 타이틀리스트의 TSi3(로프트 9도) 샤프트는 알딜라 로그실버를 썼다. 3번 우드는 테일러메이드의 심(15도)헤드에 로그블랙 샤프트, 하이브리드는 캘러웨이의 아펙스프로(20도)에 샤프트는 UST마미야 리코일을 썼다. 심지어 아이언은 그라인드웍스의 ‘패트릭 리드’가 새겨진 맞춤 모델을 4번부터 피칭까지 갖췄다. 샤프트는 트루템퍼 다이나믹골프투어이슈였다. 웨지는 아티산 프로토 51도에 보키 SM8를 56도, 보키 SM6을 60도로 맞췄다. 퍼터는 스코티카메론 투어랫이고 볼은 타이틀리스트 프로V1이었다. 리드는 시즌마다 클럽 세팅을 바꿔도 아티산 웨지는 2018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할 때부터 줄곧 쓴다. 아티산은 나이키골프에서 웨지를 만들던 마크 테일러가 만든 브랜드다. 리드의 이름을 새긴 아이언은 일본 단조 아이언의 장인 고바야시 겐지가 맞춤 제작해주었다. 대표적인 테일러메이드 선수였던 제이슨 데이는 ‘자유계약 선수’가 된 이후 드라이버는 핑 G425, 우드는 테일러메이드 심 맥스, 아이언은 미즈노 JPX921투어, 웨지는 아티산 프로토타입, 퍼터는 오디세이 화이트 핫2볼, 골프공은 브릿지스톤까지 다양하게 골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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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 더스틴 존슨 등 클럽 계약선수 6명을 모아놓고 유튜브 영상을 찍은 테일러메이드.

세계 여자 골프랭킹 1위로 이번 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게인브릿지LPGA에 출전하는 고진영도 다양한 클럽을 섞어 쓴다. 퍼포먼스 뿐만 아니라 멘탈 및 컨디션에 어울리는 모델을 그때그때 달리 조합한다. 지난 시즌 최종전인 CME글로브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의 백에는 다섯 개의 브랜드가 섞여 있었다. 드라이버는 로프트 9도의 캘러웨이 에픽 플래시 서브제로를 썼다. 2019년 출시된 모델로 호젤에 다이아몬드 3개가 있는 한정판 모델이다. 3번 우드는 로프트 15도, 5번 우드는 18도인데 같은 브랜드다. 바람이 심하거나 딱딱한 페어웨이를 가진 링크스 코스, 메이저 대회에서는 3번 우드를 티샷에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3번 우드에 TPT골프블루레인지 샤프트를 사용하면 드라이버만큼 멀리 나간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는 로프트 23도에 타이틀리스트의 818 H1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초반까지는 캘러웨이 서브제로 로프트 24도 하이브리드였으나 시즌 중에 바꿨다. 아이언은 브리지스톤 투어B X-CB에 로프트는 스틸파이버 프로토를 쓴다. 볼 탄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로프트보다 1도씩 눕혀 사용한다. 웨지는 핑 글라이드 포지드에 로프트는 50, 52, 60도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50도는 48도로 세웠고, 지난해 58도를 59도로 눕혀 사용하기도 했다. 퍼터는 테일러메이드 스파이더X로 로리 매킬로이가 쓰는 것과 같은 모델이며 볼은 타이틀리스트 프로V1을 쓴다.

물론 용품 브랜드들은 특정 클럽에는 주요 선수와의 용품 계약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골프랭킹 1위 더스틴 존슨을 포함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로리 매킬로이, 콜린 모리카와, 토미 플릿우드, 매튜 울프는 테일러메이드가 올해 출시한 심2의 유튜브 동영상 설명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플릿우드는 캘러웨이 웨지와 오딧세이 퍼터를 쓴다. 모리카와도 보키 웨지를 사용한다. 세계랭킹 2위 존 람(스페인)은 2017년 프로 데뷔와 함께 계약했던 테일러메이드와의 4년간 계약을 접고 올해 캘러웨이로 바꿨다. 캘러웨이골프로서는 종전까지 대표 선수이던 필 미켈슨(미국)이 챔피언스투어로 옮기자, PGA투어를 대표하면서 세계 정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람에게 베팅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세계 정상급의 몇몇 선수들에게 국한되는 얘기다. 옛날처럼 선수들이 한 브랜드를 풀세트로 가지고 경기하는 사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브랜드들이 매년 출시하는 클럽들의 특성이 줄고 차별화가 무색해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용품의 성능에서는 대부분의 클럽들이 한계치에 도달한 만큼 샷 감이나 디자인 등 감성적인 요소에 따라 선수들이 다양한 클럽 세트를 꾸리는 이유일 것이다. 용품사의 마케팅도 선수 중심에서 일반 아마추어로 이미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