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작가의 작품에는 개성 만두 얘기가 종종 나온다. ‘만두소를 볼록하게 넣어 반달 모양으로 아무려 다시 양끝을 뒤로 당겨 꼭 배불뚝이가 뒷짐진 형상으로 만드는 개성만두’를 명절때마다 식구들이 둘러앉아 만들었다며 흥미롭게 묘사하곤 했다.

서울 음식의 뿌리는 개성음식이라고 하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개성이 조선시대 수도도 아니니 그럴 만도 한데, 정치 권력에서 밀려난 개성사람들이 상업에 종사하며 고립된 섬처럼 전통을 유지했고 그 중심에 음식문화가 있다는 논리는 솔깃하다. 특히 맵지도 짜지도 않은 슴슴한 맛을 자랑하는 개성음식이 서울음식과 비슷하다는 것도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30여년간 한식을 연구해온 정혜경 교수가 쓴 ‘통일식당 개성밥상’(들녘)은 수년간 자료를 모으고 연구한 끝에 내놓은 역작이다. 저자는 국제도시였던 고려의 다채로운 음식은 물론, 청자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식기와 차·술문화, 이규보, 이색 등 고려 문인들이 노래한 개경음식, 송나라 사신의 눈으로 본 개성음식 등 한식의 뿌리를 다각적으로 살폈다.

책의 진수는 역시 개성음식열전. 낙지, 굴, 전복, 밤, 배 등 값비싼 해물과 과일로 속을 채운 개성 보김치는 개성상인들의 화려한 음식문화를 대표한다. 된장에 고기를 갈아 넣어 둥글게 빚어 말렸다가 얇게 저며 기름에 지져 먹은 개성 장떡 등 음식의 이력과 요리법이 세세하다.

특히 서울 음식으로 알려진 대중음식의 대명사 설렁탕은 13세기 몽골 침입때 군사들이 먹었던 것이 전파, 개성에 가장 먼저 전래됐을 것으로 저자는 본다. 닭볶음탕의 원조도 개성. 1924년 이용기가 쓴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이라는 조리서에 따르면, ‘닭복금’을 ‘도리탕’이라고 부르며 좋은 새우젓을 사용해 맛을 냈다고 소개한다. 빼놓을 수 없는 음식 중 하나는 원조 순대, 개성 절창이다. 겨만 먹여 지방이 적은 돼지의 내장을 이용, 돼지 피, 숙주나물, 배추, 두부 등을 넣어 만드는데 살살 녹는 맛이 특징이다. 개성사람들의 유별난 조랭이 떡국, 진귀한 음식 홍해삼과 유밀과, 밤엿, 정과 등 과자류까지 개성있고 맛과 멋이 살아있는 개성음식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통일식당 개성밥상/정혜경 지음/들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