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가진 서울시장 보궐선거 제3지대 단일 후보 선출 TV토론에서 ‘서울광장 퀴어축제’에 참여할지에 대한 질문에 답한 말이다. 당시 안 대표는 “퀴어축제가 도심에서 보이지 않을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대통령도 다를 바 없다. 2017년 대선토론회에서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가 “동성애에 찬성하느냐”고 묻자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반대한다”고 답했다.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는 말 그대로 소수자이기에 ‘다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라는 뜻이다. 선거철에만 반짝 정치인들에게 성소수자와 퀴어축제에 대해 물으면 후보자들은 “차별은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이라는 토를 달아 혐오를 포장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존재하되, 다만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란 사이 성소수자들은 죽어나갔다. 성전환 후 강제 전역 조치된 변희수 전 육군 하사도 지난 3일 스물셋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변 전 하사는 2017년 육군 부사관으로 임관한 뒤 국군수도병원에서 군의관으로부터 젠더 디스포리아(성별 위화감) 진단을 받았다. 호르몬 치료를 받던 그는 2019년 태국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은 뒤 여군으로서 군 복무를 이어가길 희망했다. 이에 육군은 고인에 대해 ‘남성 성기가 없다’는 이유로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며 지난해 1월 강제 전역 조치했다. 현장에서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변 전 하사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까지는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한 일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그의 죽음을 전하는 기사에 네티즌은 ‘성전환을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같이 생활하는 여군들을 생각해서라도 군복무는 허용돼서는 안 된다’며 끝까지 손가락질했다.
그러나 변 전 하사의 성전환수술은 부대 동의 아래 진행됐으며 그를 동료로 맞을 여군들도 변 하사의 복무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언제 여군들을 그렇게 생각해줬냐”며 “(우리들의) 인권을 핑계로 소수자들끼리 싸움을 붙이지 말라”고 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도 “변 전 하사의 장례식에 그와 친분이 있던 많은 여군들이 조의를 표했다”며 “여군 동료들은 성전환수술 과정에서 변 전 하사를 응원하기도 했다”고 했다.
당사자가 아닌 누군가의 불편함을 핑계로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는 일은 서울광장 퀴어축제에 대해 “거부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안 후보의 대답과도 닿아 있다.
서울광장에서 퀴어축제 개최 여부는 정치인들을 포함해 누구에게도 찬반으로 물어볼 사안이 아니다. 특히 2009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뀐 ‘서울광장 조례’에 따라 서울시장이 행사 개최를 가타부타할 수 없다.
지금처럼 누군가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1년 중 하루,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드러낼 기회를 빼앗으려 한다면 또 다른 변 전 하사의 죽음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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