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 대곡리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에서 눈에 띄는 장면이 있다. 바로 우리의 선조들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고래를 잡는 모습이다. 이 암각화는 수산업이 선사시대부터 인간 생존을 위해 꼭 필요했음을 말해준다. 수산업과 어촌은 유사 이래 인류와 함께했으며, 없어선 안 될 공기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광복 이후 지난 70년을 돌아보더라도 수산업은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출 효자산업이자 국민의 식탁지킴이 역할을 수행해왔다. 1970년대 초 우리나라의 원양수산물 수출액은 당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5%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금의 수산업과 어촌은 과거의 영광을 논하기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최근엔 연근해 어획량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만t을 하회하는가 하면, 어장 환경 악화와 경영비 상승 등으로 양식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수산물 자급률이 낮아지고 수입의존도가 높아지는가 하면, 안전사고와 불법 어업도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어가 인구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초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수산업과 어촌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외부 환경도 녹록지 않다. 2020년에 신(新)기후 체계가 출범하면서 수산업에도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4차 산업혁명의 파고는 영세한 수산업체에 넘어야 할 큰 도전 과제로 다가왔다.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는 수산식품 개발이 늦어지는 사이에 수입산 수산물이 국민의 식탁을 넘보고 있다.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비대면 소비문화는 새로운 기회로 예상되지만 한발 앞서 준비하지 않으면 위기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우리 수산업은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먼저 지속 가능한 수산업 생산·관리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무분별한 어업행위를 근절하고, 수산자원 관리와 어장 환경 보전에 힘써야 한다. 특히 친환경 수산업을 통해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대비하고, 코로나19로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글로벌 가치사슬에도 대비해야 한다.

둘째, 국민, 나아가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수산식품을 개발하고 비대면 소비문화에 대비해야 한다. 원물 중심의 단순 가공에서 벗어나 청년세대와 외국인 등 새로운 소비층에게 다가설 수 있는 고차 가공품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중국에서 신개념의 활어유통 시스템을 확립한 허마셴성(盒 生)과 같이 온·오프라인 유통사업도 개척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고차 가공품 개발 지원과 활어 전문 유통센터 등 인프라 조성에 힘써야 한다. K-브랜드를 활용한 글로벌 시장 진출도 빠트릴 수 없다. 식품특성상 생산에서 가공 및 유통 전 과정에 걸쳐 철저한 위생관리는 기본이다.

셋째, 안전하고 쾌적한 어촌을 조성해야 한다. 수산업이 3D 업종으로 남아 있는 한 청년이 들어올 리 만무하다. 어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방지 등 재해예방에 힘쓰고, 청년들이 어촌에서 창업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눈높이 정책 지원과 규제개혁, 생활기반시설(SOC) 개선 등에 힘써야 한다. 아울러 어촌뉴딜사업 기조를 사람 중심, 지역 균형발전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이 야기한 대전환기가 시작되는 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때에 정부는 ‘제2차 수산업·어촌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계획과 달리 수산업의 구조개선을 위한 과제들이 대폭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국민과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수산업·어촌’으로 비전을 설정한 점이 돋보인다. 우리의 수산업과 어촌의 나아갈 방향을 국민이 제시해주고, 구조개선에도 국민이 큰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 대승에 어민이 함께했다면, 이제는 우리의 수산업과 어촌이 국민과 함께 진일보할 때다.

장영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