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오디션 음악 프로그램 대다수가 파이널전에서 국민투표 비중을 가장 크게 두고 있다. 이는 ‘국민이 뽑는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투표 운용과 관리를 잘하지 못하면 공정성 논란이 일어나기 십상이다.
‘싱어게인’ ‘트롯 전국체전’ ‘내일은 미스트롯2’ 등은 국민투표가 최종 순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논란의 양상은 극히 다르게 나타났다.
‘싱어게인’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방송 전만 해도 일반 사람은 최종 1~3위가 어떤 가수인지를 잘 몰랐다. 그러니까 방송이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방송을 시작한 후 노래 실력, 인간미, 매력 등을 보고 투표해 순위가 결정됐다. 누가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트롯 전국체전’은 약간의 논란이 있었다.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문자투표를 받을 수 있는 참가자의 역량 차이가 심했다. 서로 출발선이 달랐다는 의미다. 투표해줄 수 있는 팬 확보, 이것도 실력이라면 실력이다.
그런데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은 논란이 적지 않다. 프로그램의 높은 인기 만큼이나 논란도 많다.
흔히 ‘문자투표’는 ‘인기 대결’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은 ‘세력 대결’이다. 세력이 없으면 질 수밖에 없다. 특히 60~80대 시골 장년 노년들은 생방송 중 밤 12시가 넘도록 ‘#4580’을 눌러 문자를 보내는 경우가 별로 없다.
‘트롯 전국체전’에서 가수 한강이 파이널전에서 꼴찌를 한 것은 인기 최하가 아니라 ‘세력 최하’라고 봐야 한다. 좋아도 문자투표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또는 못하는 사람)이 극명하게 나뉘는 상황에서 인기는 쉽게 세력화한다.
시청자가 방송을 통해 노래 실력과 호불호를 봐가면서 ‘최애’ 캐릭터에게 문자를 보내는 등으로 투표를 하라는 게 본래의 취지인데, ‘미스트롯2’에서는 지역색과 결부돼 투표 과열 양상을 빚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생업도 힘들고 밖으로 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미스트롯2’을 보면서 위로받고 자발적으로 투표에 나선 사람들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이런 건강한 팬덤을 비판하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다.
하지만 양지은, 홍지윤, 김의영 팬카페에서는 이미 에어팟, 치킨 기프티콘 등 각종 경품을 내걸고 투표를 독려하는 과열 양상이 빚어지고 있었다. 파이널전 직전 경기도 삼송역 주변에는 ‘고양의 딸’ 홍지윤을 찍으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최종 3위에 오른 김다현은 “충북도민회 중앙회장이 48만여명의 출향인에게 충북 출신 가수 김다현의 문자투표를 독려하는 문자를 보냈다”는 민원이 접수돼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문자투표가 무슨 대선이나 총선도 아닌데, 이런 모습까지 보인다는 게 민망했다. 앞으로는 문자투표의 공정성을 심의하고 사후에 불법이 발각되면 어떻게 처리할지를 다루는 ‘미스트롯 문자투표관리위원회’(선거관리위원회 같은) 같은 기구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내일은 미스트롯2’ 제작사인 TV조선은 이런 논란은 자신들이 만든 게 아니라고 방관자적 입장을 취해서는 안 된다. ‘미스트롯2’ 자체도 논란을 제공한 부분이 있다.
출연자인 진달래는 ‘학교폭력 논란’이 일면서 스스로 가해자임을 인정했다. 제작진은 “‘미스트롯’은 학폭을 단호히 배격한다. 출연자 중에서도 학폭 사실이 확인되면 배제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자막으로 띄워도 뭐할 판에, 진달래가 훌쩍훌쩍 울며 “나와 봐야 다 편집되는데…”라고 말하고 동료가 위로해주는 영상을 내보냈다. 퇴장하는 출연자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준 격이다.
그런가 하면 초등부 출연자들도 지켜보고 있는데 출연자 김사은이 ‘본선 2차 1:1 데스매치’에서 보이그룹 ‘슈퍼주니어’ 출신 남편 성민을 대동해 커플댄스를 선보이며 민망한 동작들과 진한 키스 퍼포먼스를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기도 했다. 이어 대기실에서 이를 보고 있던 초등부 출연자들을 비추며 “애들은 눈 가려”라는 자막을 올렸다.
‘미스트롯2’의 개념상실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마스터들의 편파 판정 의혹, 음이탈 후보의 음 보정논란 등 지금까지 보도된 논란만 해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미스트롯2' 갈라쇼와 스핀오프 프로그램 '미스터트롯2'의 기획과 편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 논란과 문제에 대한 성실한 대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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