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장관 믿고 ‘공급 확대’로 방향 틀었는데
사의 표명→‘변창흠표 대책’서 설계자 빠져
LH직원 투기 의혹에 정책 신뢰도 급속 추락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의 표명에 ‘시한부 유임’이라는 답을 내놨다. 이로써 변 장관은 자신이 정책 설계를 맡은 2·4 대책의 기초작업만 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은 어디까지 확산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투기 의혹 해소가 선결 과제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야심 차게 내놨던 부동산 정책의 향방도 안갯속에 놓이게 됐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변 장관이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변 장관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수용의 뜻을 밝혔다.
최근 LH 일부 직원들이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와 그 주변부 토지를 신도시 지정 전에 사들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LH 사장 출신인 변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커진 가운데 나타난 일이다.
문 대통령은 “다만, 2·4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변 장관 주도로 추진한 공공주도형 주택 공급대책과 관련된 입법의 기초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며 조건부 수용했다.
정치권에선 변 장관의 사퇴 시점이 2·4 대책 관련 입법이 마무리된 후 4월 중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4 대책의 정상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총 9개의 법안 개정이 필요한데, 본회의 통과 여부에 따라 변 장관의 거취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국회는 24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앞두고 있다.
다만, 법안 처리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정은 이달 중 2·4 대책 관련 법안을 일괄 처리한다는 계획이었으나,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이라는 변수가 나타났다. 국민 여론이 악화한 상황에서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처럼 밀어붙이기식으로 강행하기 쉽지 않다. 야당에서는 일명 ‘LH 투기방지법안’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법안 통과로 기초작업이 완료되더라도, 2·4 대책의 추진 동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토부 수장을 교체하면서 부동산 정책 역시 ‘규제 강화’에서 ‘공급 확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에서 공공 디벨로퍼 경험을 쌓아온 변 장관은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고, 그의 경험과 철학을 녹인 결과물이 2·4 대책이었다. 정부는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변 장관의 부재가 미치는 영향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또 2·4 대책의 핵심은 공공이 주도해 서울 도심지를 고밀개발하고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것인데, 그 주축이 될 LH가 투기 의혹에 휘말리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투기 의혹과 관련해서는 아직 2차 조사 등이 남아 얼마나 더 확산할지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정부는 줄곧 ‘투기와의 전쟁’을 벌였는데 정작 내부의 투기는 방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어떤 정책을 하더라도 진정성을 의심받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급 확대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한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도 제기되는 우려 중 하나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의 파장이 커지면서 주택 공급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며 “관망하던 수요층이 어떻게 움직일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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