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세모길 등 10곳 재생

대대적 시설보다 현장밀착형

“주민 한사람 한사람 행복하게”

젠트리피케이션 우려는 반감

서울 마포구 연남동 동교로51길 개선 후 모습과 연남동 세모길에 생긴 한 카페. [서울시 제공·김유진 기자]
서울 마포구 연남동 동교로51길 개선 후 모습과 연남동 세모길에 생긴 한 카페. [서울시 제공·김유진 기자]

날 따뜻해지면 하수구 악취부터 걱정해야 했던 연남동 세모길이 봄날 따뜻한 햇빛을 기다리게 하는 골목으로 바뀌었다. 겨울이면 연탄을 피우던 동네는 40년 만에 도시가스가 새롭게 들어오면서 시커멓게 날리는 연탄재부터 사라진 지 오래다. 휑했던 동네에 개성을 자랑하는 소규모 카페와 상점들이 속속 늘어나면서 세모길을 찾는 젊은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지난 2018년 시작한 ‘골목길 재생사업’ 사업지 총 46개소 가운데 처음으로 연남동 세모길을 포함한 10개소가 재생사업을 완료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에 재생사업을 끝마친 동네는 연남동을 비롯해 용산구·종로구·중구·영등포구·강남구·성동구·금천구·강북구 등에 대상지가 있다.

골목길 재생사업은 대대적 시설 변화보다 주민들의 소소한 변화를 추구했다. 골목길을 따라 500m~1㎞ 이내의 ‘선’ 단위로 추진하는 ‘현장밀착형 소규모’ 재생사업으로 진행한 것도 그때문이다. 도시재생활성화지역처럼 일정 구역을 정해 대규모 ‘면’ 단위로 재생하는 기존 재생사업과는 방식부터 달랐다.

재생사업 대상은 재건축이 어려운 폭 1~2m 내외의 오래된 생활 골목길부터 8m 미만의 골목상권(근린상권 생활도로) 등이다. 각 대상지마다 3년 간 마중물 사업비로 총 10억 원을 지원한다. 주요 사업 내용은 보도블록 포장, 노후 담장 개량, 노후 하수관로 정비, 도시가스 신규 공급 등이다.

이번 사업의 특징은 이미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점이다. 예술가 특구처럼 인위적인 테마 구역을 설정해 상권을 띄우는 게 아니다보니, 동네가 발전하면 으레 불거졌던 젠트리피케이션 우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골목길 재생사업을 총괄계획한 이현희 가천대 교수는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핫플레이스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계획한 사업”이라며 “예술가들이 들어오고 동네가 유명해지는 것보다 주민의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신경썼다”고 말했다.

‘골목길 자본론’의 저자인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동네를 개발한다고 하면 젠트리피케이션이 뒤따른다는 색안경 섞인 시선이 팽배한 것이 문제”라며 “연남동 세모길 동네 사람들 중 전세 세입자도 있지만, 물어보면 대부분은 깨끗해진 동네 덕에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할 것”이라고도 했다.

골목길 재생사업의 공통 목표도 주민 입장에서 작지만 실속있는 변화를 빠르게 체감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소규모 지역을 대상으로 3년 간 집중 진행에 나서는만큼 주민협의체 구성과 주민의견 수렴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주민들의 불편·요구사항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연남동 세모길만 해도 주민들로 구성된 ‘세모길 주민협의체’도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수렴하기 위해 1년 동안 10여 차례 주민회의를 거쳤다. 토지와 건물 소유자는 물론이고 임대료 상승시 부담이 생길 수 있는 세입자와 상인까지 아우르는 47명의 주민들이 참여했다. 4층 이하의 저층주거지에 약 6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던 점을 감안하면 높은 참여율이다.

시는 이번 첫 재생사업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다른 사업지에 반영하고, 소규모 건축 활성화 방안 등도 새로 마련할 계획이다.

류 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혈자리를 자극해 순환 통로를 열어주듯, 서울의 실핏줄 역할을 하는 골목길에 계속해서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