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초등학교 200곳 학생회장 선거 분석 결과
166곳이 ‘4학년 이상’ 선거권 부여…“반쪽짜리 선거”
3학년 이상은 15곳에 그쳐…“저학년은 인기투표” 인식
학생회장 선출, 학생간 위계 조장…학생회장 없애기도
[헤럴드경제=장연주·신주희 기자] 서울 시내 초등학교 대부분이 고학년인 4학년 이상 학생에게만 학생회장 선거권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체 학생을 대표해야 하는 학생회가 절반의 학생만 대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 학생들의 의견이 학교 운영에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그만큼 좁다는 지적이다.
헤럴드경제가 학교알림이에 올라온 서울 시내 9개구 200개 초등학교의 학칙 등을 살펴본 결과, 전교회장 선거를 실시하는 학교는 188곳이었으며, 대부분 초등학교에서는 4학년부터 전교회장 선거 참여가 가능했다.
4학년 이상부터 전교회장 투표를 할 수 있는 학교는 166곳이며, 5학년 이상은 7곳이었다. 전체의 86.5%가 4학년 이상 고학년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했다.
반면 3학년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는 학교는 15곳에 그쳤다. 전체의 7.5%에 그치는 수준이다.
전교회장 선거를 실시하지 않는 초등학교는 12곳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는 4학년 이상인 고학년 학생들부터 전교어린이회를 꾸릴 수 있었으며, 전교회장 선거를 통해 선출된 학생이 어린이회를 조직해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데, 서울 강남구의 대왕초등학교는 전교어린이회장 및 부회장은 4학년 이상 전교 어린이들의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서대문구의 미동초등학교 역시 전교 학생회장과 부회장은 4~6학년 학생이 참여하는 직접선거로 선출한다.
초등학교 학생회장 선거 제도가 제각각인 것은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고, 학생회장을 반드시 뽑아야 하는 강제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학생의 자치활동은 권장·보호되며, 그 조직과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학칙으로 정한다.
때문에 대부분 초등학교에선 오래전 만들어진 학칙과 관행에 따라 4학년 이상 고학년에게만 투표권을 주고 있으며, 선거 연령 하향 추세를 반영해 3학년 학생들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는 곳은 많지 않다.
일례로 서울 서대문구의 추계초등학교는 1,2학년은 저학년, 3학년부터는 고학년이라고 판단해 3학년 학생들도 투표로 직접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학년이라고 보고 있다. 또 교칙에 3학년부터 전교 학생회장 투표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어 3학년부터 학생회장을 직접 뽑을 수 있다.
서울 금천구의 동광초등학교 역시 3학년부터 선거와 관련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보고 3학년부터 전교회장 선거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선거권을 주고 투표를 하는 것은 민주시민교육 관련 학습 효과가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진권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기획운영 장학관은 “저학년 학생들이 학생회장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좋은 기회이긴 하다”며, “선거의 내용에 왜곡된 현상이 나타날까봐 조심스러워 학교 상황에 따라 자체적으로 판단하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학년 이하 저학년의 경우 공약을 비교할 능력이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선거교육이 많이 돼 있지 않은데다 판단할 능력이 없어, 공약 비교 보다는 후보의 인상이나 인기투표로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46) 씨는 “초등 1학년의 경우, 담임교사 이름도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저학년들은 공약을 비교 분석하기가 어렵다”며 “선거권을 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아직은 교육이 덜 된 측면이 있어 저학년에 선거권을 주는 것은 득 보다 실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 때문에 초등학교 5학년 이상에게만 전교 학생회장 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곳도 있다. 서울 노원구의 태랑초등학교는 현재 5학년 이상이 전교학생회장 선거에 투표할 수 있다. 예전에는 4~6학년에게 전교회장 투표권을 부여했지만, 4학년 학생들도 후보자가 누군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인기투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몇 년 전 교사회의를 통해 투표권 행사 학년을 5학년 이상으로 제한하고 5학년은 5학년만, 6학년은 6학년만 투표하는 식으로 변경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의 투표권을 의미 있게 행사하도록 하기 위해 교칙을 개정했고, 지금은 전보다 많은 학생들의 관심 속에 투표가 진행되고 있어 바람직한 방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고학년 중심의 학생회의 경우 저학년의 요구 사항 등이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저학년들의 자치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기도 둔대초등학교의 이영근 교사는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4학년 이상에게 전교회장 투표권을 주고 있는데 이는 기존의 내규를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라며 “1,2학년들은 기초생활 적응 기간이기 때문에 글자를 익히고 학교 공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기이지만, 저학년의 자치권 보장에 대한 방법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학생회장을 선출하는 행위가 학생 간에 위계를 만든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전교회장 선거’를 탈피해 새로운 형태의 자치활동을 모색하는 학교도 있다.
서울 강남구의 대청초등학교는 지난 2019년부터 전교회장 선거를 없앴다. 세명초, 율현초, 한서초, 하늘초, 상천초, 상원초, 금나래초, 우면초, 우솔초, 동산초, 노원초 등도 마찬가지다.
노원초 관계자는 “자녀가 임원이 되면 학부모들이 임원이 되는 구조인데다 화분이나 꽃화환을 전달하고, 학생들 간에 위화감이 조성되는 문제가 있어 학생회장 선거를 없앴다”며 “그 대신 특정 체육활동 등 사안별로 관심 있는 친구들끼리 축제를 준비하는 등 사안 중심의 대의원 제도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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