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는 아직도 정부의 맘에 들지 않는다고 국민을 감옥에 보내는 나라다. 행정형벌 이야기다. 정부가 행정법규를 만들 때 이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시정 명령이나 영업정지 명령 또는 과징금과 같은 행정처분을 규정하면서도 위반행위자에 대해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하는 행정형벌을 붙인다. 문제는 이런 행정형벌이 민주주의가 발달한 선진국 수준에 비해 과다하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행정형벌을 규정해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를 경찰로 떠민다. ‘행정형벌’은 이러한 나태한 정부를 만드는 일등공신이자, 민주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왕조시대에 왕에게 대드는 국민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던 반민주적 패러다임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정부는 자신이 만든 행정법규를 위반하는 행위를 스스로 집행할 권한(행정처분권)이 있는데도 실질적으로 단속은 거의 하지 않고, 경찰에 떠넘긴다. 일상생활에서 국민은 정부의 사전 행정지도를 받지 못하고 단속도 방치되는 틈을 타 위반행위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법 경시 풍조가 만연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강력한 사전 규제가 넘쳐 흐르는데도 ‘법이 약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해당 위반행위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은 위반행위자를 경찰에 고발해 처벌을 받게 하는 민민투쟁으로 이를 해결하게 된다. 정부가 할 일을 하지 않고 이해관계자인 국민의 필요에 따라 법이 경쟁자 제압의 도구로 악용되는 ‘준법 방치의 악순환’이 일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인이 감옥에 갈 수 있는 법이 1500개가 넘는다고 한다. G20국가 중에 행정법규 위반으로 감옥에 가는 법제도를 운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형벌은 정의의 문제지만 행정법규는 질서의 문제에 불과하기 때문에 질서를 위반하는 행위로 감옥에 보내는 것은 민주적 견지에서 부당하기 때문이다. 교통경찰 1명만으로도 사거리의 교통체증이 해소되는 것은 정부의 현장 단속이 법질서 유지에 얼마나 긴요한지를 보여준다.

우리나라가 혁신이 저하된 사회가 된 이유도 정부의 과도한 규제입법뿐만 아니라 행정규제에 수반되는 행정형벌이 급증한 것이 원인이다. 행정처분과 달리 행정형벌은 혁신적 시도를 불가능하게 하고, 정부라고 할지라도 스스로 만든 행정범죄와 타협할 수 있는 자가당착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버도 에어비앤비도 범죄행위다. 해외에서 이들 기업이 100조원대의 시가총액을 갖는 기업으로 커가고 있지만 우리는 이와 유사한 시도를 하는 것은 범죄라서 정부도 법개정을 하기 전에는 일고의 타협의 여지를 줄 수 없다.

규제샌드박스로 잔챙이 같은 일선 규제를 개혁하는 것은 발톱 밑의 때를 빼는 것 같은 미시적 처방에 불과하다. 진정한 민주국가로 거듭나려면 행정법규 위반으로 국민을 감옥에 보내는 규제 시스템 자체를 민주적으로 바꿔야 한다. 행정형벌을 대폭 없애면 정부의 단속활동이 강화돼야 하므로 단속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시대에 일자리 부족을 해소할 수도 있고, 대통령 공약인 공공일자리 증가를 지킬 수도 있다. 정부가 단속인력을 늘려 직접 행정법규 위반행위에 대해 단속을 많이 하게 되면 온 국민이 우리 행정법규가 얼마나 과잉 규제를 하는지, 그것이 우리 삶에 긴요한 것인지 직시하게 될 것이고 결국 정부 스스로 무리한 법규는 자체적으로 완화하는 활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혁신국가에 걸맞은 적절한 규제국가로 다시 변신하기 위한 첩경은 행정형벌 시스템의 근본 개혁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앤로 부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