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찬 한남동 ‘뇨끼바’ 총괄셰프

뮤지컬과 협업 특별한 메뉴 선봬

“녹색재료 뭘 쓸까 ‘고민 출발점’

캐릭터 연결된 반전 식감 포인트

음식 맛보며 엘파바 떠올랐으면…”

전일찬 셰프가 2030 세대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한남동 뇨끼바에서 뮤지컬 ‘위키드’와 협업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박현구 기자
전일찬 셰프가 2030 세대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한남동 뇨끼바에서 뮤지컬 ‘위키드’와 협업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박현구 기자
뮤지컬 ‘위키드’의 엘파바(옥주현)와 글린다(정선아)의 우정은 ‘엘파바&글린다 비스코티’ 메뉴로 태어났다. [클립서비스 제공]
뮤지컬 ‘위키드’의 엘파바(옥주현)와 글린다(정선아)의 우정은 ‘엘파바&글린다 비스코티’ 메뉴로 태어났다. [클립서비스 제공]

청포도 빛깔을 닮은 싱그러운 녹색이 접시를 가득 채웠다. 삶은 감자를 으깨 밀가루와 달걀, 치즈를 넣고 반죽한 뇨끼는 잘 빚은 송편처럼 동그랗고 귀엽다. 그 위로 바삭한 식감을 살린 구운 가리비까지. 감자 뇨끼와 바질 크림소스의 ‘뜻밖의 만남’은 상상력을 무한대로 확장한다. 셰프의 ‘한 수’는 ‘반전의 맛’.

“겉모습은 독특한 색깔이지만, 반전을 불러올 수 있는 맛의 요소를 찾아봤어요. 독특한 외모로 놀림을 받지만 내면은 부드럽고 따뜻한 엘파바 캐릭터처럼요.” 전략은 적중했다. 셰프의 창의력은 음식을 마주한 사람들을 설레게 한다. 쫀득하리라 예상했던 뇨끼는 한 입 베어 물면 부드러운 식감에 또 한 번 놀란다. 기분 좋은 반전이 어우러진 맛과 식감에 오즈의 ‘초록마녀’를 떠올릴지 모른다.

스타 셰프와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 열풍을 불러오고 있는 뮤지컬 ‘위키드’가 만났다. 2030 세대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한남동 뇨끼바에선 뮤지컬 ‘위키드’와 협업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19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뇨끼바의 전일찬 총괄 셰프를 만나 특별한 메뉴 이야기를 들었다.

‘위키드’와 전일찬(37) 셰프의 컬래버레이션은 제작사 측의 러브콜로 성사됐다. ‘위키드’ 측에서 2030 세대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뇨끼바의 음식에 반한 것이 이 협업의 시작. 전 셰프는 ‘위키드’가 주는 메시지에 마음을 움직여 응답했다.

“코로나19 시대를 보내며 요식업 뿐만 아니라 모든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힘든 시기를 딛고 모두 ‘힘차게 날아오르자’는 ‘위키드’의 슬로건이 크게 와닿았어요. 저 역시 그런 바람을 담아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게 됐어요.”

뇨끼바에서 태어난 ‘위키드’ 메뉴는 세 가지다. 바질로 녹색 빛깔을 낸 ‘위키드 그린 바질 뇨끼’와 ‘엘파바 아보카도 치아바타 샌드위치’, ‘엘파바&글린다 비스코티’다. 세 메뉴 모두 전 셰프의 머릿속에서 태어났다. 가장 염두한 것은 두 가지라고 한다. “뮤지컬과 연관성 있는 메뉴”일 것, “뇨끼바와 잘 어울리는 메뉴”일 것.

‘녹색’의 피부 탓에 ‘샤인머스캣’이라며 놀림거리가 되곤 했던 초록마녀 엘파바는 ‘위키드’ 메뉴에서도 주인공이다. 전 셰프 역시 옥주현(엘파바), 정선아(글린다) 캐스트로 ‘위키드’와 만났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지상 최대의 블록버스터 뮤지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작품은 2003년 초연 이래 16개국 100여개 도시에서 6개 언어로 공연, 60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전 셰프도 “너무나 감동적이었다”며 “‘위키드’가 주는 메시지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열정과 뮤지컬에 대한 애정까지 느껴진 작품이었다”는 후기를 들려줬다. 무엇보다 “겉모습으로 판단하고, 사회 곳곳에서 편견을 가지는 것에 이야기하는 점”이 전 셰프에게도 깊이 남았다고 한다.

“머릿속으로 메뉴를 스케치를 하는 게 첫 번째 과정이었어요.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맛의 밸런스예요. 특히 녹색 재료로 무엇을 사용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 재료를 통해 ‘위키드’의 주제를 녹이고, 캐릭터와 연결된 반전의 식감을 주려고 했어요.”

‘위키드’를 상징하는 초록마녀의 색을 접시로 옮기기 위해 전 셰프는 바질, 아보카도를 사용했다. 메인 메뉴인 뇨끼에 사용한 바질은 메뉴를 구상할 때 바로 떠오른 재료다. “풍부한 감자맛”을 담아낸 뇨끼와 식감, 맛, 성질이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애초 구상한 아이디어를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식재료였다. 잘 만든 뇨끼 위엔 구운 가리비를 올렸으나, 짙은 녹색으로 색깔을 더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한 것도 기발한 아이디어다. 식감으로 재치있는 요소를 많이 넣었다. 가리비 껍질로 힌트를 주지만 바삭한 식감은 또 한 번 유쾌한 반전이다. 가리비 위에 허브 크러스트를 올려 먹는 재미를 더했다.

“주재료는 다양하게 선택했지만, 맛은 뇨끼바스럽게 만들었어요. 이탈리아 현지 음식과 느낌에 얽매이지 않고,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넣어 봤죠.” 뇨끼바의 지향점이 ‘위키드’ 메뉴로도 이어졌다. 위키드 메뉴의 반응은 이미 뜨겁다. SNS엔 ‘인싸’들의 인증샷이 넘쳐난다. “기존 메뉴보다 많이 찾는다”고 한다. “아기자기한 플레이팅”이 시선을 사로잡고, 특별한 뇨끼 메뉴들은 이색적인 이탈리안 음식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요리의 세계에 입문한지 어느덧 18년이다. 장국영이 출연한 영화 ‘금옥만당’을 보고 요리사의 꿈을 키웠고, 2010년 이탈리안 레스토랑 그라노에서 수셰프로 일하며 프로가 됐다. 사실 오너 셰프가 된 것은 빠른 편이었다. 오픈과 동시에 꾸준히 미쉐린가이드에 오르고 있는 이태리재를 연 것이 2016년 4월. 전 셰프는 2017년부터 오너셰프로 이태리재를 운영하며, 베네치아 현지 음식의 색깔을 고스란히 선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요리는 재료 본연의 맛을 잃지 않고, 그 매력을 잘 끌어내는 요리예요. 지역마다 요리색이 다르고, 지역마다 생산되는 유명한 재료들도 있어 배워나가는 부분이 재미있죠.”

식재료가 중요한 요리인 만큼 전 셰프가 재료를 선택하는 눈은 까다롭다. 뇨끼를 만들 때는 남작 품종을 선호하고, 호박은 매번 테스팅을 거쳐 당도를 확인한다. 어란은 전라남도의 장인을 통해 공수한다. “식재료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에 소통이 중요해요. 어란의 경우 전남 지역에서 이탈리안처럼 다양하게 만드는 곳이 없어요. 한 번은 그 지역 분들이 모두 오셔서 맛을 보고, 피드백을 주세요. 우리 어란이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잘 만들었다고 좋아하시더라고요. (웃음)”

단순해보이는 뇨끼 한 접시엔 음식을 향한 셰프의 온전한 마음이 담겼다. “요리하는 사람의 컨디션이 맛에 담긴다”는 생각에 주방에선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는다는 셰프의 성품과 잘 고른 식재료, 이를 통해 조화롭게 빚어낸 맛, 재치 있는 반전이 한 접시를 맛본 후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긴다.

“요리는 기억을 풀어내는 도화지라고 생각해요. 요리를 할 때도, 어릴 때 어머니가 해준 음식들을 떠올리며 맛을 풀어내는 경우가 많아요. 어린 시절부터 남겨진 맛의 기억을 더듬는 것이 제가 요리를 만드는 스타일이에요.” 전 셰프는 사람들에게 요리를 통한 특별한 기억을 주고 싶다고 했다. “(위키드) 음식을 맛본다면 뮤지컬 속 캐릭터가 떠오르면 좋겠어요. 사실 전 공연을 보는 내내 ‘위키드 뇨끼’가 생각났거든요. 음식을 맛보며 엘파바가 떠오른다면, 더 좋은 기억이 될 것 같아요.”

고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