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TSMC 잇따라 ‘천문학적인 투자’ 예고
올해만 전세계 반도체 투자액 43% 차지 전망
자금력 밀리는 경쟁자들, 몸집줄이기·차별화 고민
중국 반도체 업계는 미국과 관계 개선에 집중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전세계적인 반도체 수급 불균형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천문학적인 투자를 예고하면서 ‘양강 체제’가 더욱 공고화하고 있다. 반면 자금력이 밀리는 다른 글로벌 경쟁자들은 몸집을 줄이고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는 등 대조적인 모습이다.
18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관련 시설투자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한 280억 달러(약 31조5000억원) 규모로 예상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1위 기업인 대만 TSMC의 올해 시설투자 규모는 275억 달러(약 31조1000만원)로 예상돼 삼성전자보다 다소 적을 것으로 분석됐다. 두 기업의 투자금액을 합하면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의 43%에 달할 전망이다.
IC인사이츠는 “삼성전자의 2017∼2020년 반도체 시설투자 규모는 총 932억 달러(약 105조3000억원)로, 반도체 업계에서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같은 기간 투자한 447억 달러(약 50조5000억원)의 2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은 전날 오전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TSMC와 경쟁에 대해 질문받자 “파운드리 사업을 잘 육성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두업체(TMSC)보다 시장점유율이나 생산능력, 고객 수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선단 공정 경쟁력은 손색이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것도 이 같은 막대한 투자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 달성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연구개발(R&D)과 생산기술을 확충할 계획이다.
TSMC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TSMC는 지난 1월 실적 발표에서 올해 설비투자액이 250억∼280억달러(약 27조∼3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설비투자의 80%를 초미세화 선단공정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5나노 이하 초미세화 공정에서 애플과 AMD, 엔비디아, 퀄컴 등 고객사들의 주문량이 크게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미국 애리조나에 6개의 대형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도 검토 중이다.
두 반도체 거인의 질주에 다른 경쟁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세계 메모리반도체 점유율 3위인 미국의 마이크론은 최근 인텔과 파트너십을 맺어 생산해온 ‘3D Xpoint’(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접고 유타주에 있는 생산 공장을 팔기로 했다.
3D 크로스포인트는 속도가 빠르지만 가격이 비싼 D램과 속도는 느리지만 저렴한 낸드 사이에서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목표로 양사가 협력해 만든 칩이다. 하지만 3D 크로스포인트에 대한 고객사들의 반응이 뜨겁지 않았고, 수요 부족으로 비용을 정당화할 만큼 생산을 확장하기도 어려워 결국 이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3D 크로스포인트 생산 중단과 공장 매각으로 연간 4억 달러(약 4522억원) 규모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3D 크로스포인트를 주류 기술로 만들고 메모리 반도체 영향력을 회복하려고 시도했던 인텔에는 마이크론의 이번 결정이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텔은 마이크론의 이번 결정이 “고객들에게 ‘인텔 옵테인(Optane)’을 공급하려는 우리의 능력과 전략을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옵테인은 3D 크로스포인트 칩 기반 제품에 대해 인텔이 사용하는 브랜드 이름이다.
중국 반도체 업계는 미국과의 관계 강화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경제 매체인 제일재경에 따르면 774개 반도체 기업을 회원사로 둔 중국반도체산업협회(CSIA)는 전날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와 실무 협의체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이번 계획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제재와 압박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SMIC의 미국 수출이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이 같은 성명이 발표된 직후 SMIC 주가가 1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협의체가 만들어지기에는 주변 여건이 좋지 않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미국 정부는 미·중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쿼드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중국을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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