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님, 질문 있습니다.”
지난 24일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열린 이마트 주주총회는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으로 촉발된 e-커머스 주도권 쟁탈전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자 이마트는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주주들의 궁금증이 커진 탓이다.
주주총회의 열기는 이마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이마트보다 하루 앞서 주총을 연 롯데쇼핑 역시 주주들이 직접 나서 중고나라나 이베이코리아 인수 여부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는 등 열띤 분위기가 연출됐다. 특히 계열사 통합 e-커머스인 ‘롯데온’과 관련해 롯데의 e-커머스 전략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주총에서 주주들이 질문을 쏟아내는 건 주주 권리의 발현이라 쳐도, 이에 대한 각사 대표의 대응이 어느 때보다 놀랍다. 시장에서 가장 예민하게 여겨지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대한 질문에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거나 “충분히 관심을 갖고 있다”(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는 식으로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예전에는 주총에서 이처럼 예민한 질문이 나오면 ‘검토할 수 있다’ 혹은 ‘내부 검토 중이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답변이 많았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해당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이다 보니 공정공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시제도 위반에 대한 부담 탓에 대답하는 임원은 물론, 심지어 질문하는 주주도 회사의 경영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대답을 기대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유통업계의 주총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주주들의 뜨거운 관심만큼이나 e-커머스 주도권 쟁탈전이 어느 때보다 심화되면서 더는 발톱을 숨길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경쟁사라도 필요하다면 언제든 손을 잡을 수 있고, 롯데쇼핑 역시 내부 역량에만 맡기던 기존 방침에서 벗어나 이젠 공격적인 M&A(인수·합병)를 하겠다며 결전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요즘처럼 피 말리는 상황은 없었다고 말하지만 사실 필자는 이런 분위기가 내심 반갑다. 유통 대기업까지 나서 매장은 물론, 온라인쇼핑까지 더 편하게 만들어준다니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사실 우리나라가 10대 경제대국이 됐고 시장경제가 성숙 단계에 진입했지만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에 다른 나라보다 편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해외여행을 가면 꼭 현지 백화점이나 상점을 기웃거리고, 11월쯤 되면 해외직구로 살 만한 물건을 검색했던 이유도 국내에서의 소비를 100%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통기업들은 당장 꿈의 고지인 ‘온라인 시장점유율 30%’를 달성하는 것이 회사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이라고 생각하며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그전에 명심해야 할 게 있다. 시장점유율도 사실 고객들이 만드는 것이다. 대규모 투자든, M&A든 회사 덩치만 키워서는 이 싸움이 끝나진 않는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들의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줄 수 있어야 이길 수 있다. 즉 e-커머스대전의 승자는 신세계, 롯데, 쿠팡, 네이버가 아닌 소비자가 돼야 한다.
신소연 소비자경제부 컨슈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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