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발표된, 소위 ‘한국형 재정준칙’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어느 순간엔가 식어버린 느낌이다. 다양한 비판이 있었고, 해를 넘긴 지금도 입법화의 길은 여야의 반대로 멀어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재정준칙은 다음과 같은 산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60%, 재정적자비율은 3% 이내로 각각 유지할 것을 요구하는 유럽연합(EU)의 안정성장 협약과 달리, 한국형 재정준칙은 이 중 한 조건만 충족하더라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유연해 보인다. 산식을 들여다 보면 GDP 대비 정부부채비율이 증가할수록 재정적자비율은 낮아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정부부채비율이 높을수록 재정확대 시 부과되는 제약이 커짐을 의미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재정준칙의 도입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려운 경제에 숨통을 틔우기 위한 재정확장을 막으려는 시도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한국형 재정준칙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은 EU의 안정성장 협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정부부채비율 60%와 재정적자비율 3%의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이러저러한 비판에도 한국형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는 정책 의도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정부부채의 규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재정준칙이 있다면 적어도 재정 규모를 결정함에 있어, 정부와 국회가 한 번 더 각 재정사업의 필요성을 돌아보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재정준칙을 지키지 못한다고 해서 처벌이 따르지는 않으며, 이런 맥락에서 재정준칙은 다분히 선언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지키지 못할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할 때 그에 대한 책임 있는 설명과 정치적 책임이 정부에 요구될 뿐이다.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는 이 시점에서 재정준칙이 자칫 재정의 발목을 묶어 경기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우려는 한쪽에 접어둬도 좋을 것 같다.

한편 기재부가 제시한 현재의 재정준칙에서 정부부채비율 60%와 재정적자비율 3%는 EU의 안정성장 협약에서와 달리, 상한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정부부채비중이 GDP의 60% 수준을 초과하더라도 재정준칙하에서 허용 가능한 최대 통합재정 적자 규모는 3%에서 조금씩 낮아질 뿐, 0%가 되지는 않는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3%를 넘은 적은 2000년도 이후 지난해와 올해가 처음이다. 현재의 재정준칙은 EU의 안정성장 협약과 비교했을 때 정부부채비율 60%와 재정적자비율 3%의 선택 근거를 제공해야 하는 부담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기재부가 제시한 재정준칙이 완벽한 것은 아니며 추후 여러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 이를테면 정부부채에서 금융성 부채를 제외한 적자성 부채만을 포함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한 적자성 부채와 달리, 금융성 부채는 자산을 보유하기 위해 정부가 진 부채이므로 정부 보유 자산의 매각으로 상환이 가능하다. 재정준칙에서 관심을 둬야 할 것은 적자성 부채다.

재정수지의 기준으로 ‘통합재정수지’ 대신 ‘관리재정수지’를 사용하는 것을 검토할 만하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뺀 것으로, 국민연금의 수지의 영향으로 통합재정수지가 실제 기조와는 괴리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감안한 지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우리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것은 위기의 진앙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기도 하지만 확장적인 재정 정책을 펼칠 충분한 재정 여력이 확보됐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재정준칙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재정준칙은 재정 내용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효율적 집행을 유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허석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