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방지법의 이해 충돌이다.’

여야가 통과를 다짐했던 이해충돌방지법이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을 일찌감치 제정했다면 부동산 개발업무와 관련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과 공직자들의 권한을 이용한 부동산 투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는 게 중론이다. 법안 제정 취지엔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조속한 처리가 예상됐지만 4·7 재보궐선거가 ‘복병’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당은 LH 사태에 분노한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조속한 통과를 주장하지만 야당은 여당이 선거 전 급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자신들 선거에 악재가 되는 LH 사태를 물타기를 위한 것으로 의심한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골자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지난달 말까지 소위를 열고 합의 처리를 시도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사실 이 법은 8년간 국회 언저리만 떠돌았다. 국회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나 이해 충돌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법 제정 목소리만 높였다가 슬그머니 폐기하는 행태가 이어져 왔다.

국회의원들의 이해가 얽혀 있는 만큼 법안 처리 지연을 놓고 ‘제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21대 국회 개원 직후 이상직·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 등의 논란으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여론이 들끓었다. 여야 할 것 없이 앞다퉈 처리를 약속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논란이 된 의원들도 탈당으로 옷만 바꿔 입었을 뿐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핵심을 이루는 내용이었으나 2015년 처리될 때 빠지기도 했다.

여야는 또 남 탓이다. 민주당은 선거 전 통과를 자신했지만 야당이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미 충분하게 논의된 법으로, 더는 시간을 끌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는 10일까지 국회 정무위에서 합의가 안 되면 단독 처리를 불사하겠다는 의지도 밝혀왔다. 여야가 합의 가능한 선에서 제정안을 만들고, 쟁점 사항은 추후 보완해나가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면서 “이번 기회에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반드시 제정해 공직자 부패의 싹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국회를 압박했다.

야당은 법안 조문을 하나씩 뜯어봐야 하는 제정법인 데다 쟁점이 다양한 만큼 신중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 당은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반대한 적이 없다”며 “여당이 내놓은 법안이 너무 엉성해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생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이 법안이 오로지 여당의 선거용으로 만들어져서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여야가 법안 제정 취지에는 공감대를 이룬 만큼 다음주 열릴 것으로 보이는 4월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마지막 가장 큰 쟁점은 여야는 적용 대상과 공직자의 범위, 업무 대상의 범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