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거부권 시한 하루 앞두고 극적 합의

SK이노, 美 수입금지 10년 제재에서 벗어나

바이든, 전기차·지재권 보호 두마리 토끼 잡아

美 행정부 합의종용…외신 “바이든의 승리”

SK이노베이션은 11일 전기차 배터리를 둘러싸고 벌인 LG에너지솔루션과의 분쟁에서 전격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이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주 공장.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은 11일 전기차 배터리를 둘러싸고 벌인 LG에너지솔루션과의 분쟁에서 전격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이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주 공장. [SK이노베이션 제공]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교착 상태에서 극적으로 합의에 이른 배경에는 미국 행정부의 중재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합의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SK 배터리 10년간 수입금지 명령'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나온 결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11일 자정, 한국 시간으로는 12일 오후 1시까지였다.

지난 2월 1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결정 이후에도 양사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 경쟁을 벌였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사업철수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을 이끌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이에 맞서 SK의 조지아주 공장을 인수할 수 있다는 의사까지 전달하며 대통령 거부권 방어에 주력했다.

그러나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일자리 창출과 전기차 공급망 구축 등 자국의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물밑에서 양사에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 내 전기차 산업 육성과 배터리 공급망 강화를 외쳐온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철수는 큰 부담 요인이었다. 고용창출 효과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중국과 지적재산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지재권 보호에 역행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었다.

이 같은 딜레마를 해소할 최선의 방법은 LG와 SK의 합의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지난 몇 달간 SK와 LG 대표단들이 미 행정부 관리들과 만나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와 로이터통신도 일자리 창출과 미국 내 전기차 공급망 구축을 원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9년 4월 미국에서 LG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제기로 시작된 배터리 분쟁을 2년 만에 합의로 종식시켰다. 그래픽 김현일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9년 4월 미국에서 LG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제기로 시작된 배터리 분쟁을 2년 만에 합의로 종식시켰다. 그래픽 김현일 기자.

이번 합의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2년간 벌여온 전기차 배터리 분쟁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제기한 지 713일 만이다.

SK이노베이션으로선 ITC가 내린 수입금지 제재에서 극적으로 벗어나 조지아주에서 배터리 사업을 계속 할 수 있게 됐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ITC 결정 이후 2공장 공사 속도를 늦추고, 협력업체에 대한 추가 발주도 중단하며 철수 의사까지 내비쳐왔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조지아 공장에 현재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입한 SK이노베이션은 2023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조지아 1공장은 2022년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2023년 초 2공장도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1, 2공장을 모두 가동하면 SK이노베이션은 50kw급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매년 약 43만대를 만들 수 있는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게 된다.

양사 합의로 ITC 제재가 무효화되면서 미 델라웨어연방법원에 계류 중인 영업비밀 침해 손해배상 소송도 취하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ITC에 걸려 있는 또 다른 2건의 특허분쟁 소송도 취하될 전망이다.

양사는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정리해 이날 오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