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흥미롭게 본 ‘3학년A반'이라는 일본드라마가 있다. 히이라기 이부키라는 젊은 남자 교사가 자신의 반 아이들을 교실에 열흘간 인질로 잡아둔다는 얘기다. 무슨 말도 안되는 설정인가 싶지만 전개가 의외다. 어디나 그렇듯 졸업을 앞둔 고3 교실은 한마디로 엉망이다. 교사의 말은 씨알도 안먹히고 학생들은 끼리끼리 어울리며 못된 짓을 일삼는다. 얼마 전, 같은 반 유명 수영선수인 레이나가 자살한 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종례시간, 히이라기가 들어와 아이들에게 선전포고를 한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인질입니다.” 교실문은 잠기고, 교실과 복도 곳곳에 폭탄이 설치돼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뒤, 히이라기는 레이나가 왜 자살했는지 밝히길 요구한다. 답이 틀릴 때마다 학생 중 한 명이 죽게 된다는 규칙을 알려주는데, 무슨 헛소리냐며 남학생들은 육탄 공격에 나서지만 과거 액션배우를 꿈꿨던 히이라기의 구둣발에 뭉개진다.
그제야 학생들은 좀 진지모드로 들어서는데, 반 아이들에게 ‘노예’로 불리는 반장 사쿠라는 자신이 레이나가 SNS에 약물복용 의혹이 올라오며 힘들어할 때 만나주지 않았다며, 자신 때문에 죽었다고 털어놓는다. 히이라기는 왜 그랬는지 윽박지르지만 정답이 아니라며, 학생 한 명을 끌고간다. 히이라기는 이 인질 사건을 수 천만 명이 가입한 ‘마인드 보이스’라는 SNS를 통해 생중계한다. 댓글창엔 흥분과 욕설, 공격이 난무한다. 당연히 경찰과 형사가 투입되지만 교실이 폭파되고 학생들이 인질로 잡혀있는 상황이라 뜻대로 움직이질 못한다.
히이라기는 학생들에게 한 영상을 보여주며 레이나를 죽게 만든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내라고 요구한다. 거기엔 누군가가 레이나가 죽은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이 들어있다. 학생들은 이내 영상 속 얼굴을 복원하는데, 방송활동으로 잘 알려진 인기 교사의 얼굴이 드러난다. 이 역시 SNS에 생중계되고 교사는 하루 아침에 살인자 누명을 쓰게 된다. 그 과정에서 레이나의 약물복용 영상이 조작됐다는 게 밝혀지고 검은 내막이 드러난다.
그러나 놀랍게도 영상을 다시 복원하는 과정에서 해당 얼굴이 히이라기의 것으로 드러나고 SNS상엔 히이라기를 살인마, 변태로 지칭하며 온갖 욕설이 들끓는다. 그러나 그 영상 역시 가짜로 밝혀진다. 히이라기는 SNS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제대로 생각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라이브방송을 마친다. 그리고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간다.
이 드라마는 흔한 일본 학원스릴러물의 구성을 따르고 있지만 메시지는 뜻밖이다.
SNS의 폐해는 새삼스럽지 않다. 현실에서 매일 맞닥뜨리는 정보 속에 상당부분은 가짜이거나 과장돼 있는 게 사실이다. 사회적 관심이 큰 이슈 조차 알 수 없는 폭로와 공방전으로 진실은 멀다. 아니라고 여기면서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어’라며 의심의 눈초리로 가짜 정보를 믿는 게 우리 마음이다. 이는 생각하지 않으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생각은 많은 자원,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되도록 자원을 아끼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따지지 않으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다. 그것이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와 절망을 안기는 치명적인 것이라면 환산이 불가능하다. 췌장암 말기의 히이라기가 끊임없이 ‘Let's think’를 외치는 이유다.
이윤미 문화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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