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시에 속아 성매매 시작한 태국인 A씨
6인실 입원 중 성매매 혐의 조사 받아
인신매매 피해 확인 없고 신뢰관계인 동석 안해
인권위, 경찰에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절차 마련 권고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성매매 단속을 피해 건물 4층에서 뛰어내린 이주여성을 상대로 사고 당일 조사를 강행한 경찰에 대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이주여성단체 등이 제기한 진정 사건을 살펴본 결과, 경찰이 사고 당일 다인실 병실에서 성매매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문을 실시하고 인신매매 식별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하고 경찰에 개선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태국인인 A씨는 2018년 8월 마사지 업소에 취업하게 해준다는 에이전시의 말을 믿고 국내에 입국했다가 여권을 빼앗겨 성매매 일에 발을 들이게 됐다. 이후 업소를 전전하던 A씨는 2020년 2월 성매매 단속을 하러 출동한 경찰을 피해 오피스텔 4층에서 뛰어내렸다.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응급실에서 대기 중에 경찰에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현행범 체포됐다. 이어 6인실 병실로 이동한 뒤 1시간 30분간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주변에 4~5명의 사람들이 있었지만, 성매매 방법 및 수익배분구조, 콘돔 사용 여부 등까지 묻는 경찰 질문에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인신매매 피해자 여부 확인을 위한 식별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인권위는 “공개된 장소에서 성매매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것은 피해자로 하여금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인권침해 행위”이며 “이주여성인 피해자가 한국 사법제도에 대한 접근성이 낮고 인신매매에 따른 성착취 피해에 쉽게 노출될 위험이 높은 집단에 속했으므로 인신매매 피해자 여부에 대한 식별조사가 선행될 필요가 있었다”고 봤다.
또한 “이주여성을 조사함에 있어 신뢰관계인 동석 조치를 하지 않은 점과, 관계 규정에 따라 영사기관원과의 접견·교통을 할 수 있음을 고지해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경찰청에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식별절차·방식 및 보호조치 규정 및 매뉴얼을 세부적으로 마련하고 일선 경찰관서에 전파교육을 실시할 것과, 이주여성 등 한국 내 사회적 지지기반이 취약한 계층에 대한 수사를 실시할 때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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