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마을’ 인근 나성동 1600년전 도시유적 확인
경관 목적 인공호수 정신 계승, 호수공원 조성
마을 사라져도 옛 동네 이름 표석 세우기도
둥구나무는 시민공원 이식 재회의 광장으로
총리실 느티나무,방죽천 왕버들 긴급구호를
조치원복숭아,금강배,머루포도,소등심 일품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농촌이 특별시로 변한 세종시의 어제와 오늘을 역사·문화인류학 측면에서 함께 조망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성적인 곳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해소하고, 도시 전체의 다양한 매력을 온전하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노트북을 어깨에 걸고 종종걸음 하는 공무원과 뭔가 정부에 원하는게 있어서 찾아온 민원인들만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마을을 지키는 둥구나무, 숲, 고대 도시유적, 세종대왕의 질병을 고친 약수, 온고지신 호수공원, 박물관, 수목원, 지금은 세종시로 편입된 옛 연기-공주-청원 사람들의 인정이 넘치는, ‘사람 사는 곳’, ‘인문-자연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곳’이다.
첫 마을은 한두리교,학나래교 사이 금강변의 한솔동 일대로, 아파트가 즐비하다. 이곳은 과거 송원리였다. 송원리 둥구나무(크고 오래된 마을 어귀 수호신 나무)는 토착민과 건설현장 사람들의 노력으로 죽음의 위기에서 살아나 신도시에 있는 ‘첫마을 근린공원’으로 이식됐다. 이 둥구나무는 흩어진 마을 사람들을 다시 모으는 만남의 장소가 되고 있다.
신도시 한복판을 지키는 전월산 입구에는 고려말 임난수 장군이 심은 은행나무 두 그루가 건재하다. 예전에는 연기군 남면 양화리, 지금은 세종리이다. 조선 건국에 가담하지 않은채 절의를 지킨 임난수 장군은 이곳에 은거하며 이 은행나무를 심었다. 나라에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 이집트 왕가의 무덤 수문장인 멤논의 거상 처럼 울음소리를 냈다고 한다. 근처엔 머지 않아 국회 세종의사당이 들어선다. 이 은행나무가 국회를 정화시키는 힘도 발휘했으면 좋겠다.
호수공원 남서쪽 끝자락, 제천과 금강이 감싸는 지점, 나성동엔 고대 도시유적과 인공호수 유적이 발견됐다. 세종시 건설이 시작된지 3년만인 2010년 발굴조사에서 1600년전 유적이며, 너비 70m, 길이 300m 규모의 인공호수 유구 등이 확인됐다. 호수 바닥이 깨끗하고 수면 아래 계단형 유구가 있는 점으로 미뤄 경관용, 주민휴식을 위한 조경으로 판단했다.
이 유적지에선 백제식 저택, 토성, 고분, 얼음저장 빙고 뿐 만 아니라 금동신발 조각, 고구려토기, 가야토기, 5세기 불교음악 연주 악기 ‘요고’ 등이 발견됐다. 요즘으로 치면 광역시급 자치공동체가 있었을 것으로 추론된다. 건설당국은 이 근처에, 축구장 62배 크기의 호수공원을 건설해 계승했다.
이 유적지에서 금강을 건너면 ‘궁마을’, ‘한양궁’이라는 마을이 있었다는 향토사학자들의 언급도 흥미롭다. 발굴 전문가들은 200년 미만 이 도시가 존속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데, 만약 잦은 홍수와 고구려의 남진이라는 악재 없이 오래 지속됐다면 역사 기록을 바꿀 만큼 더 큰 발자취가 발견됐을 지도 모른다.
호수공원 서쪽 총리실 뒷편 느티나무는 지난해 태풍때 큰 상처를 입어 특단의 보호대책이 요구되고 있고, 세종청사 바로 옆 방죽천 음악분수 근처에 있는 200년 넘은 왕버들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세가 약한 연기군 대신 강한 세종시가 들어서자 연기 봉산군 향나무는 더욱 건강해 졌고, 연서면의 고복자연공원 역시 더욱 멋지게 바뀌었다. 내륙인 고복에서 더 맛있게 만든 바다 해물칼국수를 지나쳤다면, 아쉬움이 남겟지만 나중에 다시 가면 된다.
세종시엔 조치원복숭아, 금강배, 연서 머루포도, 전동 청송리의 된장도 유명하다. 전동 청송에는 ‘뒤웅박 고을’이라는 명칭이 있는데, 발효를 위한 그릇들이라는 직설적 표현인데도, ‘뒤웅박 인생’을 연상케해, 여성비하적 이름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세종 소고기는 다른 부위 보다 등심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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