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역 나발니 지지 시위자 1900여명 체포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사람들이 21일(현지시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지지 선언과 함께 그의 석방을 요구하며 거리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AP]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사람들이 21일(현지시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지지 선언과 함께 그의 석방을 요구하며 거리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A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수감 중 단식 투쟁을 벌이는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자신에 대한 지지 시위에 대해 "자긍심과 희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단식 4주째인 나발니는 자신의 변호사로부터 시위 소식을 듣고 인스타그램에 "여기에 러시아에 대한 구원이 있다. 당신들, (시위에) 나온 사람들, 나오지 않았더라도 지지해준 사람들,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더라도 동조해준 사람들"이라는 글을 22일(현지시간) 올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사람들이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이는 그들이 모든 것을 알고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그들은 그들의 미래, 아이들의 미래, 국가의 미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힘들고 어두운 시간이 될 것이지만 역사적으로 러시아를 후퇴시킨 사람들은 비운을 맞았다"면서 "우리가 더 많다. 러시아는 행복해질 것이다"라고 지지자들을 독려했다.

정치범 체포를 감시하는 비정부기구(NGO) 'OVD-인포'는 러시아 전역에서 벌어진 나발니 지지 시위에서 1900명 이상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만 800명 이상이 연행됐다.

러시아 야권 운동가이자 변호사인 나발니는 2012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현직에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러시아 정부 고위관료들의 부정부패를 지속적으로 고발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대통령 3연임 불가 조항을 피하기 위해 총리와 대통령을 번갈아 맡는 편법을 취해 1999년 이후 22년째 장기 집권 중이다.

2018년엔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늘리고, 지난해 대통령 4연임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개정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임기를 보장, 사실상 종신 대통령 지위를 획득한 상황이다.

나발니는 지난해 개헌안 국민투표 직후, “이 투표는 사기”라며 반발했다가 다음달인 8월 여객기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고 18일 만에 독일의 한 병원에서 의식을 되찾았다.

독일 의료진들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군사용 신경작용제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나발니가 중독됐다고 발표했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나발니는 올해 1월 모스크바 공항으로 귀국했으나, 즉시 당국에 체포돼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는 뒤이어 열린 재판에서 2014년 사기 혐의로 받은 집행유예가 실형으로 전환되면서 징역 3년 6개월 형을 받아 복역 중이다.

교도소에서 건강 악화로 민간 의사 진료를 요구하던 나발니는 당국이 요구를 거부하자 지난달 31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다.

나발니 개인 주치의들은 지난 17일 그의 혈중 칼륨 수치가 위험한 수준이어서 언제든 심장 박동 장애로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교도 당국은 18일 나발니를 다른 교도소의 재소자 병원으로 이송시켜 포도당 링거를 맞힌 것으로 알려졌다.

나발니의 주치의들은 21일에도 성명을 내고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심장병 전문의 등 4명 이상의 의사들은 성명에서 "생명 유지를 위해 즉각 단식을 중단해 달라"면서 "단식이 조금 더 진행되면 우리는 치료할 사람이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