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세대) 안 터져, 나도 당했다” “인터넷 속도 저하, 나도 당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통신 이용자들의 반응이다. 그야말로 통신업계의 서비스 ‘미투(나도 당했다)’ 바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용자 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같은 반응의 밑바닥에는 국내 통신사에 대한 ‘오래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그 불신의 뿌리는 깊고 어느 때보다 강도가 세다.

우리 생활의 필수품인 통신 서비스는 어쩌다 이용자들의 ‘공공의 적’이 됐을까.

불씨를 키운 것은 5G 통신의 품질 문제다. 롱텀에볼루션(LTE)보다 매월 비싼 요금제를 내면서도, 만족스러운 5G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특히 이달 ‘5G 상용화 2년’을 맞으면서 갈등은 극에 달했다. 서비스 초기에는 불편을 참고 인내했던 소비자들도 2년이 지날 동안 크게 달라지지 않는 5G 품질 문제를 더는 참아줄 수 없다는 것이다.

급기야 5G 단체 소송전으로까지 비화됐다. 지난 15일 접수된 첫 소송에 SK텔레콤 238명, KT 117명, LG유플러스 151명이 참여했다. 이는 극히 일부다. 다음달 소장 접수가 예고된 또 다른 법무법인의 소송에 참여 의사를 밝힌 인원만 1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터넷 속도 저하 문제까지 불거졌다. 유명 유튜버 ‘잇섭’은 “KT의 10Gb㎰ 요금제를 쓰고 있지만 실제 속도는 100Mb㎰밖에 구현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KT 측은 “장비 교체 과정에서 고객 식별값이 누락돼 품질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오히려 이용자들은 “속도 저하는 예전부터 있었던 공공연한 문제였다” “터질 게 터졌다” 등의 반응이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는 데 통신사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기술의 진화만큼 고객 서비스의 진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유튜버 잇섭은 “왜 소비자가 인터넷 속도를 먼저 체크해서 통신사에 알려줘야만 고쳐지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국내 통신사들의 고객 서비스 정책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5G 불통을 고객이 증명해야 하고, 인터넷 속도 저하를 고객이 입증해야 한다. 문제가 된 KT의 경우 고객이 30분간 5회 이상 속도를 측정, 측정 횟수의 60% 이상이 최저 속도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지불한 요금만큼 정당한 서비스를 받지 못했는데, 이걸 고객이 증명해야만 약속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연이어 터진 논란을 기회로 통신업계의 서비스의 품질 개선과 고객 정책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정부와 국회도 소비자 피해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 통신 서비스는 전 국민 대다수가 쓰고 있다. 포문은 유명 유튜버가 열었지만 작금의 ‘미투’를 이끄는 주체는 통신사 고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