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들의 말년 작품 연주…7년 만에 피아노 리사이틀 무대
21세 한국인 최초 차이콥스키 피아노 콩쿠르 2위
“피아니스트라 부를 수 없지만, 보이지 않던 것이 보여”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피아니스트로 활동하지 않은지 30년이 넘었어요. 한 가지 잃지 않는 것은 피아노는 첫사랑이었고, 아직도 똑같이 사랑한다는 거예요.”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전 세계 무대를 누비며 지휘자로 활동해온 그에게 피아노는 오래 품은 연정이다.
정명훈은 22일 도이치 그라모폰(DG)을 통해 ‘하이든·베토벤·브람스 후기 피아노 작품집’ 디지털 앨범을 선발매, 거장 작곡가들이 말년에 선보인 작품을 통해 연주자로 돌아왔다. 피아노 앨범을 선보이는 것은 2013년 12월 ‘정명훈, 피아노’에 이어 두 번째. 이번 앨범을 내며 23일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 5개 도시(서울 군포 수원 광주 대구)에서 리사이틀도 이어간다.
그는 이날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연주는 안 했지만, 늘 피아노 옆에 있길 원했다”며 피아노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많은 이들에게 피아니스트이기 보다 지휘자로 더 각인돼 있지만, 정명훈에게 피아노는 특별하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다섯 살에 음악을 시작했고, 스물한 살이던 1974년 러시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2위에 오르는 빛나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 지휘자로 포디엄에 서며 연주자로의 삶과는 조금 멀어졌다.
그는 “어렸을 땐 사랑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었다. 피아노와 초콜릿이었다”며 “이제 초콜릿은 없어지고, 우리 가족이 피아노보다 앞서 있지만, 피아노는 여전히 마음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럴 지라도 그냥 피아노가 좋아 치는 것과 앨범을 내고 리사이틀을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라며 “진짜 잘 하는 피아니스트에겐 미안한 일이이지만, 마음 속에 있는 것을 피아노로 표현할 수 있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앨범에는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60번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 브람스 ‘네 개의 소품’이 담겼다. 정명훈은 스스로 “브람스 심포니를 지휘할 때 마지막 심포니 4번은 어딘가 소화를 못 하고 있다고 판단한 적이 있었다”며 “그러다 어느 날은 좀 나아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해가 브람스가 그 심포니를 쓴 나이였다”고 말했다.
정명훈에게 지난 시간들은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축적한 경험치와 같았다. 그는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합쳐져야 그것이 음악 표현에 나타난다”고 말했다. 물론 20대의 피아니스트 시절과는 달리 “원하는 대로 손가락이 돌아가지 않을 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예전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하지 못한 것을 이해하게 된다”며 “나이가 많아지는 것을 좋아한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일초도 한 적이 없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스스로 “지금의 나를 피아니스트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정명훈은 “다만 음악가로서 죽을 때까지 음악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 음반 계획도 품고 있다. 아직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전제했다. 그는 “연주는 하지 않더라도 앨범으로 녹음해볼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곡”이라며 슈만의 ‘환상곡’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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