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부터 발효돼 1년간 적용

시장선 재건축 규제완화 ‘포석’ 인식

재건축 사업 활성화 본격 시동 거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첫 부동산 정책으로 수요억제책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카드를 꺼내 들면서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27일부터 서울 압구정·여의도 등 일부 단지에서는 구청장 허가가 있어야 주택을 거래할 수 있다. 정부가 약 1년 전 강남권 일대에 적용했을 때는 ‘악재’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해져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2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압구정아파트지구와 여의도아파트지구 및 인근 단지, 목동택지개발사업지구, 성수전략정비구역에선 27일부터 1년간 일정 규모(주거지역 18㎡, 상업지역 20㎡)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해당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이 지난 21일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4개 주요 재건축·재개발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관련해 브리핑한 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이 지난 21일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4개 주요 재건축·재개발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관련해 브리핑한 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

시가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밀집한 이들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건 최근 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4·7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 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가 오르고 신고가가 이어졌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최근 3주간 0.05→0.07→0.08%로 오름폭을 키웠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고강도 수요억제책으로 통한다. 주택은 구매 후 허가 목적대로 2년간 거주 의무를 지켜야 해 전·월세 임대가 불가능하다. 투자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가 차단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6·17 부동산대책에서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동·청담동·대치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기도 했다. 잠실 마이스(MICE) 개발사업·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의 과열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목적이었지만, 도심 한복판 아파트 단지에 적용한 건 처음이어서 논란이 확산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주거 이동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반발도 나타났다.

서울 63아트 전망대에서 본 여의도 아파트 단지와 일대. [연합뉴스]
서울 63아트 전망대에서 본 여의도 아파트 단지와 일대. [연합뉴스]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선 지난해만큼 반발 움직임이 크진 않은 상황이다. 오 시장이 본격적으로 재건축 규제를 풀기에 앞서 ‘선제 조치’를 한 것으로 보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자체를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제부터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주민이 많다”고 했다. 목동의 한 중개업소에서도 시가 재건축 규제를 풀어준 곳을 콕 집어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왔다.

목동 5단지 아파트의 한 소유주는 “주변에도 향후 재건축이 되면 새집을 받아 계속 이곳에 살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당장 팔 생각이 없기 때문에 토지거래허가제로 주택 거래가 줄어도 상관없다”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시장 상황이 지난해와는 다르다고 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에는 민간 재건축 사업 활성화를 위한 불가피한 규제라는 명분이 있었다는 점에서 1년 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당시와는 다르다”면서 “주민들도 더 큰 그림을 보면 수긍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오 시장은 한강변 35층 층고 규제를 풀고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약했다”면서 “시장은 당장 규제보다는 개발 임박 신호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선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매물이 줄어든 탓에 주택 거래량이 급감했으나, 집값은 꾸준히 올랐다. 사실상 규제 효과가 없었다는 점도 이번에 주민 반발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배경으로 꼽힌다. 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데도 신고가 행진이 이어진 것은 ‘똘똘한 한 채’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커진 데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영경·이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