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입장 은성수에 사퇴요구 ‘뭇매’

청원 사흘만에 12만명 돌파 대답 압박

금융위 “여론 원하는 방향 불분명하다”

정치권·시장에서도 찬반의견 대립 팽팽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가상자산은 ‘잘못된 길’”이라고 발언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에 대해 ‘자진 사퇴하라’는 청원이 사흘만에 12만명을 돌파하면서, 정부가 궁지에 몰리게 됐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청년층 표심이 중요한 여권에서도 은 위원장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위는 여전히 ‘제도화’에 부정적 입장이지만, 여론을 고려해 대외적인 언급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26일 오전 9시 기준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등록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12만5000여명이 동의했다. 지난 23일 청원이 올라온 지 사흘여만이다. 현재 속도로는 이번 주 내로 정부가 공식 답변을 해야 하는 20만명 이상의 동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은 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에 출석해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것은 ‘투자’가 아닌 ‘잘못된 길’”이라며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했다.

청원인은 이에 대해 “4050 인생 선배들은 부동산이 상승하는 시대적 흐름을 타서 쉽사리 돈을 불렸지만, 2030에겐 기회조차 오지 못하게 각종 규제들을 쏟아 낸다”라고 비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도화에 대한 입장은 이미 여러차례 밝혔던 것에서 변함이 없다”라며 “제도화는 투자자 보호 수준이라도 규제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 청원이나 여론이 규제를 해달라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금주 중 가상자산 문제에 대응할 조직을 만드는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서는 내년부터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세금을 매기기로 했던 것을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아직도 당내에서도 여러 의견이 분분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가상자산 일거래 규모가 증시를 뛰어 넘으면서 사실상 온 금융권이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주식시장에 새로 뛰어든 신규투자자의 62%는 손해를 봤다는 통계를 언급하며 “가상자산 투자는 제로섬 게임이어서 이익을 본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액수만큼 손해를 본 사람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상자산이 2030에게 부동산을 대신하는 사다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허구”라며 “정부가 만류하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시장에 구두경고만 하고 넘어가기에는 이미 방관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국민이 발을 들여놓았다는 지적도 있다. 2월말 기준 국내 코인 거래소의 실명 인증 계좌는 250만개를 넘어섰다. 한국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신규 코인 상장만 하더라도 거래소가 심사를 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아 ‘깜깜이 코인’ 우려가 있는 게 현실”이라며 “시장에 엄연히 존재하는 것을 정부가 굳이 외면하려고 하니 논의가 진전이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