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곳은 ‘실거래가 상승 사례가 공시가격 높였다’ 적고
다른 곳은 ‘유사 공동주택 가격 종합적 참작’ 설명
“일관성 없어…더 자세한 자료 제공해야” 지적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어떻게 산정됐는지 볼 수 있는 근거 자료가 29일 공개됐지만 여전히 내 집의 공시가격이 왜 이렇게 올랐는지 명쾌하게 이해하기엔 자료가 충실치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공시가격은 정부의 현실화율(공시가/시가) 제고 방침과 시세 상승으로 급격히 올랐지만 어떻게 산정됐는지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깜깜이 공시’로 인해 주택 소유자들의 불만이 컸다.
이에 정부는 작년 세종시에서 시범적으로 산정 근거를 제시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전국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기초자료를 공개하기로 했다.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사이트를 통해 공시가격과 함께 공개된 산정 기초자료는 주택특성자료와 가격참고자료로 나뉜다.
주택특성자료는 단지 주변환경과 단지 자체의 특성, 세대 특성 등 3개 항목으로 다시 나뉜다. 주변환경은 단지 인근 교육시설과 공공편익시설, 지하철 등 교통시설 등이다. 단지 자체의 경과연수, 용도지역, 세대수, 전체 주차대수, 건폐율과 용적률 등도 파악하게 된다. 세대 특성은 동일 면적 세대수와 방향 등의 정보다.
가격참고자료는 해당 단지 같은 면적의 주택이나 인근에서 거래된 비슷한 면적의 주택 실거래 사례와 한국부동산원이 관리하는 주택 시세정보 사이트 ‘부동산테크’의 올해 1월 기준 상한가·하한가 정보로 구성된다.
국토부는 ‘산정의견’이라는 항목을 통해 이와 같은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서초구는 서초동 서초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0.52㎡ 주택이 지난해 12억6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올해 공시가는 무려 15억3800만원으로 현실화율이 122.1%에 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아파트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해당 아파트뿐만 아니라 18억~22억원 수준인 주변 아파트 시세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일단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사이트에서 이 단지의 80.52㎡ 중 공시가격이 15억3800만원으로 돼 있는 주택은 확인되지 않는다. 소유자 의견청취 과정에서 하향 조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 단지 같은 평형의 23층에 있는 한 주택은 공시가격이 14억4800만원이었다. 작년 준공된 아파트여서 해당 단지 실거래 정보는 없다.
대신 제시된 것은 인근에 있는 마제스타시티 아파트였다. 이 단지에 있는 59.97㎡ 중 10층 주택이 작년 11월 16억2500만원에, 6층 주택은 작년 6월 15억8500만원에 거래됐다고 명시됐다.
네이버 지도상으로 보면 두 단지는 600m가량 떨어져 있어 서초동 법조타운 일대의 거의 같은 생활환경을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마제스타시티는 단지 규모는 116가구이며 준공은 2017년인 반면, 센트럴아이파크는 318가구 규모에 작년에 준공됐다.
더욱이 비교 대상 전용면적이 현저히 다르고 층수도 차이가 난다. 집주인 입장에선 비교 대상으로 제시된 인접 공동주택의 선정 기준에 대해 불만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공시가격에 대한 논란이 워낙 큰 만큼 정부가 더욱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단지 내에서 같은 층 비슷한 면적인데도 공시가격이 큰 차이가 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그에 대한 설명은 충분치 않다.
서초구 반포훼밀리아파트의 6층에 있는 주택 중 84.63㎡는 9억6700만원인데 다른 동 84.12㎡ 주택은 8억8100만원으로 8600만원 차이나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갈렸다. 두 주택의 방향은 똑같은 서향이다.
두 주택은 모두 같은 단지 내 비슷한 면적의 주택 거래 사례를 참고했는데, 비교 대상의 전용면적이 다소 다르긴 하다.
작년 대비 공시가격 상승폭이 4배에 달해 주목받았던 은평구 불광동 대원연립의 경우 1층에 있는 77.19㎡의 공시가가 작년 2억8400만원에서 올해 10억4900만원으로 올랐다.
이는 재개발 기대감으로 작년 15억원 넘는 가격에서 거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시가격 참고자료에서도 작년 7월 1층과 2층에 있는 두 주택이 각각 15억원과 16억원에 거래됐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하지만 산정의견에선 이런 갑작스러운 고가 거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자세한 설명은 없이 ‘유사 공동주택의 거래가격, 가격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산정했다’라고만 적었다.
집값 급등으로 공시가격이 평균 70% 오른 세종시에선 공시가격 상승률이 100%에 달하는 단지가 속출했는데, 정부가 공개한 기초 자료에선 이와 같은 작년 실거래가 상승 사례가 제시됐다.
종촌동 가재마을4단지 18층 74.98㎡의 경우 작년 2억300만원에서 올해 4억600만원으로 공시가격이 100.0% 올랐는데, 같은 평형 2층과 5층 주택이 작년 12월 5억8500만원과 6억원에 거래된 사실이 가격참고자료로 적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