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된 차의 의미와 미래의 이야기
판매용 없는 자동차 브랜드 체험관
철강공장·대교 떠올리는 독특함 속
걷는 족족 현대차의 추억과 미래가
현의 진동·울림을 기계장치·빛으로
목진요의 ‘미디어 스트링스’가 백미
‘양산차 없는 자동차 브랜드 체험관’. 모순인듯 싶지만 이미 실현된 명제다. 현대모터스튜디오가 지난 3월 부산에 오픈했다. 서울, 고양, 하남, 베이징, 모스크바에 이어 여섯 번째 공간이다. 현대모터스튜디오는 엔진이나 자동차 구동 원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자동차의 의미를 탐구하는 공간 프로젝트다. 이제 우리 삶이 되어버린 자동차의 의미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 지난 2014년 시작했다.
현대차모터스튜디오 부산은 F1963에 들어섰다. F1963은 부산의 대표적 복합문화공간으로, 옛 고려제강 수영구 공장이다.1963년부터 2008년까지 45년간 와이어로프를 생산하던 곳이다. 2016년 9월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됨을 계기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현재는 현대미술 갤러리, 서점, 스페셜티 커피숍, 레스토랑, 도서관, 꽃집이 입점해 있다. 기계 중심의 와이어 공장에서 문화공장으로 탈바꿈한 곳에 ‘디자인’을 지향점으로 내세운 자동차 브랜드 체험관이 들어섰다.
지상 4층에 연면적 758평 규모를 갖춘 현대모터스튜디오의 설계는 원오원건축사사무소의 최욱 소장이 총괄했다. F1963이 철강 공장이었던 점에서 착안해 와이어와 철골을 핵심 소재로 활용했다. 뾰족하게 솟은 와이어가 거대한 공장을 연상시킨다. 폭 12m, 길이 90m의 좁고 긴 공간은 철골 기둥과 어우러져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대교를 떠올리게 한다. 바닥재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사용했던 플라스틱과 유리 등 폐 자재를 가공해 마감했다. 버려질 자재를 재활용함과 동시에 건축물이 자동차와 직접 연결되는 지점이다.
필로티로 시원하게 공간을 띄운 1층에는 LED크리에이티브 월이 설치됐다. 영국 디지털 전문 아트그룹 ‘유니버셜 에브리띵(Universal Everything)’과 협업한 디지털미디어작품 ‘런 포에버(Run Forever)’가 끊임없이 상영된다. 2층엔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을 만날 수 있는 전시공간, 3층은 휴식공간으로 구성됐다. 4층은 디자인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러닝존과 부산 현지 식재료를 사용하는 레스토랑이 들어섰다.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의 주제는 ‘디자인’이다. ‘디자인 투 리브 바이(Design to Live by)’라는 프레이즈 아래 인간의 욕구를 반영하면서 또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디자인의 힘에 주목한다. 자동차 디자인에 국한하지 않고 일상 전반의 디자인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전시공간 어디에도 판매용 양산차가 없다. 다만 현대자동차의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콘셉트카, 아트 콜라보레이션 등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는 1975년 처음 출시됐던 추억 속의 자동차 ‘포니’를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재해석한 전기차가 전시돼 있다. 포니의 전체적인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 픽셀 디자인 LED램프를 적용하거나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를 활용하는 등 미래를 담았다.
전시는 포니를 시작으로 미래 전기차의 디자인 방향성을 보여주는 ‘프로페시’까지 이어진다. 그 사이 컬러와 빛이 움직임에 따라 반사되고 바뀌는 ‘컬러 앤 라이트’, 자동차에 쓰이는 재료를 조합하고 관찰할 수 있는 머티리얼 만화경 등이 이어지며 현대차의 과거에서 미래까지를 표현한다.
하이라이트는 목진요 작가의 ‘미디어 스트링스’다. 현(絃)의 진동과 울림을 기계장치와 빛으로 재현했다. 현악 4중주가 흐르는 가운데 작은 LED가 달린 와이어가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이면 마치 빛이 현을 타고 흐르며 소리를 내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다. 현대차 측은 “목진요의 작업은 굉장히 독특한 공간 경험을 선사한다.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철학인 ‘센슈어스 스포티니스(Sensuous Sportiness)’와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공간을 채우는 건 사람이다. 사람들 사이 경험이 브랜드 이미지로 이어진다.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의 전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굉장히 가변적이다. 작가와의 만남, 문화 공연 및 콘텐츠 등의 행사를 통해 소비자가 현대차 브랜드를 다방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초청하는 마스터클래스, 기획전시와 연계해 4개월 단위로 진행하는 디자이너스 테이블 등이 예정 돼 있다.
방문해서 한 번 보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머물면서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경험하는 공간을 지향한다. 현대차는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이 창의성에 주목하는 많은 고객들에게 디자인이 만들어가는 변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즐겁게 찾을 수 있는 명소로 자리잡길 바란다”고 밝혔다. 부산, 미래, 디자인.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이 제시한 키워드다. 이를 연결시키는 사잇말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경험이 될 것이다.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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