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벤처기업 우수인재 유치 유일 방안

세제·발행요건 등 까다로워 활용도 떨어져

“IT개발자 등 4차산업 인력난 심해지는데

인력확보 도움 안된다” 벤처기업들 성토

*자료=2021년 4월 현재, 본지 취합
*자료=2021년 4월 현재, 본지 취합

스타트업과 같은 초기 벤처기업에서 열정 하나로 회사를 키운 구성원들에게 돌아가는 보상인 스톡옵션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행사 요건이 까다로워 우수인력을 유인할 정도의 매력도 없고, 투자자 눈치로 인해 제대로 발행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톡옵션은 자금이 부족한 초기기업이 우수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제도. 창업초기 기업들은 자금력이 충분치 않다보니 연봉 등 근무조건을 대기업 수준으로 맞춰주기 어렵다. 스톡옵션은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다. 고액 연봉 대신 스톡옵션을 부여해 회사 성장 후 발생한 이익을 직원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엘론 머스크가 2018년부터 향후 10년간 연봉 대신 스톡옵션만 받겠다고 선언했고, 올해 1/4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받게 될 스톡옵션만 해도 110억달러(12조2000억원)에 달한다. 트위터는 매출의 31%, 페이스북은 17%를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으로 지급한다. 회사가 성장한만큼 직원들이 ‘성공보수’를 받기 때문에 근무 의욕을 북돋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스톡옵션이 제 몫을 못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제도상 미비점과 투자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기업환경이 제도 활용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은 스톡옵션 발행 시 벤처기업법의 적용을 받아 일반기업보다 부여요건 등이 유연하다. 일반기업은 총 발행 주식의 10%, 상장기업은 15%까지 부여할 수 있다. 벤처기업은 50%까지 가능하다. 회사 성장에 기여했다면 임직원이 아닌 외부인이라도 스톡옵션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세금. 벤처활성화 차원에서 1996년 도입됐던 비과세 혜택은 벤처버블 논란 등으로 인해 2006년 폐지됐다 2018년 부활했다. 행사이익 중 연간 2000만원까지 가능했던 비과세 특례는 2019년 제2 벤처붐 확산을 위해 3000만원까지로 확대됐다.

그러나 우수인재 유치라는 목적 달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비과세 범위를 벗어나면 소득세가 적용된다. 행사이익이 1억5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면 38%, 5억원 초과되면 45%의 세금을 내야 한다. 여기에 지방소득세까지 감안하면 거의 50%를 세금으로 내야 할 판이다. 벤처기업 종사자는 행사시점에 소득세를 내지 않고 일정 기간 보류했다 주식 양도 시 양도소득세로 낼 수도 있다. 소득세보다 낮다 해도 양도소득세율도 최고 30%까지 붙는다.

IT 대기업부터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개발자 구인난이 심각한 현 상황을 고려해보면 스톡옵션의 매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최근에는 스타트업에서도 개발자 초봉이 6000만원까지 올라갔다. 사이닝보너스(일회성 인센티브)를 5000만원까지 주고 있다”며 “이 정도로 개발자 몸값이 비싸졌는데, 당장 연봉을 많이 주기 어려우니 대신 스톡옵션으로 주겠다는 연봉협상안은 매력이 없다”고 전했다.

장영준 뤼이드 대표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초기기업은 구성원들이 본인의 인생을 걸고 회사의 성과에 대해 아주 무거운 책임을 진다. 그런데 세금제도는 스톡옵션을 불로소득처럼 간주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투자자의 눈치도 스톡옵션 활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스톡옵션은 발행 주식 수의 50%까지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10%를 넘기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 지분율 희석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스톡옵션이 많아지는 것을 꺼리고, 초기 기업은 투자자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보니 생기는 일이다.

벤처기업협회는 스톡옵션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비과세 한도를 1억원까지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주요국 4차산업혁명 인력경쟁력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2025년 이 분야의 인력 부족률은 28.3%로 예상된다.

협회 관계자는 “벤처기업은 한국 경제를 선도하고, 많은 고용창출을 하고 있는 기업군”이라며 “우수인재가 유입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벤처 종사자에 대한 확실한 보상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현정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스타트업 대표들 간담회. [중기부 제공]
서울 강남구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스타트업 대표들 간담회. [중기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