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배우 윤여정(73)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의 여운이 오래 간다. 멋있는 말 몇마디 남긴다고 그럴 리는 없다.
윤여정이 수상 소감이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재치 있는 언변에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인생철학이며, 연기의 소신이자 밑거름으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동시에 그것은 ‘미나리’에서 윤여정이 맡은 순자를 보편적인 인간애를 보여주는 캐릭터로 승화시키는 힘이 됐다. 결국 로컬문화가 보편적인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엄청난 힘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니 뉴욕타임즈가 “윤여정 씨가 재치있는 소감으로 경쟁자들이 질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은 액면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윤여정은 오랜 세월 많은 노력을 하며 실력을 쌓아올렸다. 세상에 펑 하고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했다. 처음에는 열심히 대사를 익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 연기의 시작이었고, 나중에는 절실해야 연기가 잘 된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했다. 윤여정은 ‘어떻게 해야 브로드웨이로 갈 수 있나’라고 물으니 답이 ‘프랙티스(연습)’라는 브로드웨이 명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윤여정은 60세를 전후해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바뀌었다고 했다. 60세 이전은 계산을 했고 성과를 생각했다. 이제는 사람이 좋으면 한다고 했다.
윤여정은 “정이삭 감독이 건내준 대본을 봤더니 기교와 가식이 아닌 진짜 이야기였다. 내가 오래 살아 대본을 보면 진짜인지 안다. 그게 늙은 날 건드렸다”면서 “정이삭 감독은 내 아들보다 어린데 현장에서 너무 차분하게 컨트롤했다. 어느 누구도 모욕을 주지 않고 업신여기지도 않았다. 한국 사람이 미국 교육을 받아 세련됨이 보였다. 43살인데 내가 존경한다. 내가 친구들이 많은데, 흉을 보지 않은 감독은 정이삭이 처음이라고 했다”고 정 감독에 대한 절대 믿음을 표현했다.
윤여정은 정 감독 대본을 진정성이라는 단어로 말하기 싫다면서 ‘미나리’가 진짜 진심 어린 이야기였음을 재차 강조했다. 남발되고 있는 단어중 하나인 진정성이라는 말을 쓰기 싫었던 거다.
윤여정은 “지금이 최고의 순간인가?”라고 묻는 질문에는 “최고의 순간은 없겠죠. 최고라는 말 싫어한다. 1등, 최고 많이 하는데 우리 다 최중하면 안되나. 전부 골고루 잘 살면 안되나”면서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잖아요. 동양인에게는 아카데미 벽이 너무 높다. 트럼프월 보다 더 높다. 최고보다는 최중이 좋잖아. 동등하게 살면 안되나. 그럼 사회주의자가 되나. 아무튼 최고의 순간인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윤여정은 “후보에 오른 배우들은 경쟁자 아니다. 글렌 클로즈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야. 우린 서로 다른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연기했기 때문에 경쟁할 수 없다. 자기 전쟁에서 각자 다 승자인 거야. 나는 그냥 운이 조금 좋았던 거지”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와 함께 “나는 상을 탄다고 생각안했다. 8번 노미네이트된 글렌 클로즈가 받았으면 했다. 그녀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라는 연극을 하는 것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와 동갑인데, 그 나이에 할 수가 없다. 나는 진심으로 그녀가 수상하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윤여정은 “왜 ‘미나리’가 인기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대본을 잘썼다. 할머니와 부모가 희생하는 것은 세계 공통이다. 그것이 사람들을 움직였다. 할머니는 손자를 무조건 사랑한다”고 답했다.
윤여정은 입담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친구들과 수다를 많이 떤다. 수다에서 입담이 나온듯하다”고 말했다.
윤여정의 말은 날 것이 주는 힘이 느껴진다.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다. 여기에 경험과 연륜이 더해져 서양인들도 충분히 공감할만하다. 그래서 말 실수를 해도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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