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금호타이어·LG전자 등
생산직 탈피...전 업종 아울러
기존노조 꺼리고 ‘공정 가치’ 선호
‘평생직장 없다’ 제 권리찾기 나서
경영진 실책 등 비판 ‘양날의 劒’
노동운동이나 투쟁과 거리가 먼 ‘MZ세대(밀레니엄+Z세대의 합성어·1980~2000년대생)’가 반란을 예고하고 있다. ‘공정의 가치’를 앞세워 생산직 중심의 노동조합 활동에 불만을 제기하면서다.
MZ세대가 주도하는 새로운 노동조합 설립 물결은 생산직을 벗어난 전 업종을 아우른다. 조직이란 울타리보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가치관에 성과급·연봉·인사평가 등 기업의 기존 체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대자동차그룹 사무·연구직 직원들이 결성한 ‘현대차그룹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에서 생산직이 포함되지 않은 노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상대적으로 기본급과 성과급 인상 효과를 보지 못한 MZ세대가 주축이 됐다.
시작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였다. 일부 사무직 직원들이 기본급·성과급에 불만을 토로하며 관련 밴드 가입자 수는 4500여 명을 넘어섰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기존 노조를 구시대 산물로 정의하고, ‘투쟁’이라는 물리적 수단을 거부하는 기조가 특징이다.
앞서 설립된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 현대중공업 사무직 노조에 이어 넥센타이어 사무직 노조 등도 결성을 준비 중이다. 모두 사무직 입장을 반영하기 어려운 생산직 위주의 임금 및 단체협상이 촉매가 됐다. 생산 현장에서 이뤄지던 처우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해석한 MZ세대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현대차그룹 사무직 노조 임시집행부가 밝힌 참여 인원의 88%는 20~30대였다. 40대와 50대가 각각 10%, 2%로 뒤를 이었다. LG전자 사무직 노조 역시 과반이 30대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운동과 거리가 먼 이들이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움직임에 동참하는 움직임은 진행형이다.
업계는 MZ세대가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여기지 않고 현실의 문제 제기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이유로 지목한다. 비판적인 시각이 회사의 처우부터 경영진의 실책과 조직 문화까지 전 분야를 아우른다는 점도 특징으로 여겨진다.
앞서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 집행부가 진행한 자체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사무·연구직 직원들이 회사에 바라는 점으로 ‘제도 개선(19.6%)’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성과급 기준 불투명(14.4%)’과 ‘ 투명성(4.4%)’, ‘공정성(4.4%)’ 등도 상위권에 올랐다.
노동계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에 기업들은 ‘샌드위치’ 상태다. 매년 임단협 과정에서 기존 생산직 노조의 요구에 효율성이 떨어지는 마당에 사무직 노조의 목소리까지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전반적인 조직 운영의 변화를 전제로 임직원 중심의 내부 논의 팀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기업 노동운동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노동집약적 산업의 축소와 직군의 다양성으로 젊은 세대들이 권리 찾기를 주장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의미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노조가 집단적인 임금 인상이나 근로 조건에 관심을 가졌다면 MZ세대는 대등한 지위에서 진정성 있는 소통을 원한다”며 “명확한 인사 관리를 담당하는 기업 입장에선 획일적인 조직 개선보다 개인의 능력과 성과를 중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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