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유족의 물납으로 탄생한 피카소미술관

미국 최대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소장품 80% 기증 받아

국내 국공립미술관, 리컬렉션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기대

2018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마르셀 뒤샹'전 전시전경.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과 공동주최로 한국에서 처음으로 마르셀 뒤샹의 작품을 대거 소개했다. [사진=헤럴드DB]
2018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마르셀 뒤샹'전 전시전경.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과 공동주최로 한국에서 처음으로 마르셀 뒤샹의 작품을 대거 소개했다. [사진=헤럴드DB]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소장품과 기획력. 미술관의 경쟁력을 살펴볼 때 기준이 되는 역량이다. '미술관은 소장품으로 말한다' 할 정도로 어떤 소장품을 가지고 있느냐는 미술관이 지향하는 가치와 방향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새로 문 여는 미술관들이 서양미술사에서 주류로 평가되는 작가의 작품을 끌어모으는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지극히 서양중심적인 시각이라고 비판받을지라도, 피카소 한 점에, 다빈치의 작품 하나에 관람객이 모여들고 글로벌 미술계에서 주요한 미술관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어서다.

주요 작가의 미술작품 1점의 가격이 적게는 수 십 억 크게는 수 천 억원을 호가하는 상황에서 미술관이 이를 다량으로 사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세계 유수 미술관들은 소장가들에게 작품을 기증받거나 재정적 지원을 받아 운영된다.

작품 기증으로 탄생한 대표적인 미술관이 프랑스 파리 피카소미술관이다. 파블로 피카소가 1973년 세상을 떠나자 유족들은 막대한 상속세를 내기 위해 피카소 작품 200여점을 물납했다. 이들 작품을 받아 미술관을 만든 것이 피카소미술관의 탄생 스토리다. 덕분에 피카소 생애 전반을 아우르는 컬렉션을 소장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최대 미술관인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소장품 200만점 중 80%이상을 기증 받았다. 미국 최대 금융인인 J.P 모건이 7000점 넘는 미술품을 기증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은행가 로버트 리먼은 1969년 2600점을 기증했다. 보티첼리, 도메니코 베네치아노 등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에나 학파의 작품이 리먼을 통해 미술관의 손에 들어오게 됐다. 미술관은 "미국에서 모인 가장 특별한 개인 컬렉션"이라며 '로버트 리먼 윙'을 만들어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일계 유대인 아트딜러인 하인츠 베르그루엔은 파울 클레의 작품 90점을, 화장품 재벌인 레오나르드 로더는 입체파 화가인 파블로 피카소, 조르주 브라크, 후안 그리스의 작품을 2014년에 기증했다.

베르그루엔은 독일에도 작품을 대거 기부해 그의 이름을 딴 '베르그루엔 미술관'이 세워지기도 했다. 파블로 피카소, 파울 클레, 앙리 마티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컬렉션을 자랑한다. 작품구매 예산이 '0원'이지만 막강한 컬렉션 때문에 베를린에서 주요 현대미술관으로 꼽힌다.

미국의 대표적 현대미술관인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그 시작부터 기부와 기증에서 출발한다. 미술관이 있는 뉴욕 맨해튼 53~54가는 원래 석유왕 존 D 록펠러 가문의 저택이 있던 곳이다. 그의 며느리였던 애비 앨드리치가 친구 릴리 블리스, 매리 퀸 설리반과 함께 미술관을 설립한 뒤 저택 터까지 기증했다. 미술관 후원은 한 세대에서 그치지 않았다. 애비 앨드리치의 아들이자 록펠러 가문 3세인 데이비드 록펠러는 지난 2017년 작고하면서 자신이 모은 소장품 1550점을 크리스티 경매를 통해 판매한 뒤, 수익금을 MoMA에 기증했다. 전체 8455만달러(952억원)에 낙찰되며 '세기의 경매'로 불렸던 바로 그 경매다.

미국 7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필라델피아 미술관은 마르셀 뒤샹 컬렉션이 훌륭하다. 마르셀 뒤샹의 후원자였던 아렌스버그 부부의 대규모 기증으로 뒤샹 작품세계 전반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삼성가의 대규모 기증으로 이제 국공립 미술관에서도 수준높은 컬렉션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미술계 관계자는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삼성가의 기증으로 한국미술사에서 중요한 작품들을 공백 없이 소장할 수 있게 됐다. 1만 여 점 달하는 컬렉션으로 탄탄한 전시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서양 거장들의 작품도 대거 들어오면서 한국미술사와의 관계도 풍성하게 살펴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vicky@heraldcorp.com

개념미술의 장을 새로 쓴 마르셀 뒤샹의 '샘'. 2018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마르셀 뒤샹'전에서 선보였다.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과 공동주최로 한국에서 처음으로 마르셀 뒤샹의 작품을 대거 소개했다. [사진=헤럴드DB]
개념미술의 장을 새로 쓴 마르셀 뒤샹의 '샘'. 2018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마르셀 뒤샹'전에서 선보였다.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과 공동주최로 한국에서 처음으로 마르셀 뒤샹의 작품을 대거 소개했다. [사진=헤럴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