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고담준론에서 내려와 일상의 쓸모를 찾아 나선 요즘이지만, 그 시발을 따지자면 소크라테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시선은 하늘을 향해 있었다. 만물은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지, 왜 낮에는 별이 보이지 않는지 우주와 자연의 질서를 알아내려 애썼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이런 문제보다 왜 아테네인들이 왜 자기 자신을 알려고 하지 않는지, 개선하려 하지 않는지가 의문이었다.
자기자신을 명확하게 들여다보고 어떻게 하면 이 삶을 최대한 잘 살아내느냐가 철학의 주제가 된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이를 알아내는 방법론으로 질문과 대화를 택했다.
‘철학적 여행가’로 불리는 베스트셀러 작가 에릭 와이너가 쓴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어크로스)는 철학의 쓸모를 경험하는 흥미로운 철학여행서다.
저자는 철학자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통해 인생의 고비나 일상의 장애를 잘 통과해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령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하는 법’‘소로처럼 보는 법’‘에피쿠로스처럼 즐기는 법’‘간디처럼 싸우는 법’‘보부아르처럼 늙어가는 법’을 알면 된다.
작가는 열차여행을 배경삼아, 철학자들의 통찰을 사유와 경험 속에서 녹여내 흥미로운 비유와 예시로 명쾌하게 풀어나간다.
오전 7시 7분, 작가는 암트렉의 엠파이어빌더 열차를 타고 시카고에서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향하는 어느 지점에선가 깨지만 침대에서 빠져나오진 못한다. 머리맡에서 집어 든 책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철학자이자 황제였던 마르쿠스는 침대에서 미적거리는 버릇이 있었고 대부분의 일을 오후에 처리했다. 이는 새벽 동트기 전 일어난 다른 로마인의 삶과 달랐다.
자신을 채찍질하듯 훈계와 독촉, 격려로 일관하는 마르쿠스의 ‘명상록’은 사실 일관된 주제의 책과는 거리가 있다. 저자는 이를 ‘로마시대의 냉장고 메모’라고 표현한다. 마르쿠스에개 가장 두려웠던 것은 죽음이 아니라 망각이었다. 그는 자신을 끊임없이 일깨우고 온전한 삶을 살라고 독촉하는데, 공황발작, 불면증 등 자신의 두려움과 취약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나는 한 인간으로서 반드시 일해야만 한다”는 마르쿠스의 침대 탈출법 역시 그 답다.
‘소로처럼 보는 법’도 놀라운 통찰을 제공한다.
소로는 ‘내가 보는 것이 곧 나’라고 생각했다. 지식보다 볾을 중시했다.“그게 무엇인지 누가 말할 수 있는가?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그것을 어떻게 보는지 뿐”이라고 했다. 소로는 물건과 사물을 너무 빨리 정의 내리면 그것들의 유일무이함을 보지 못할 위험이 있음을 경계하며, “보편 법칙을 너무 성급하게 끌어내지 말 것”“특수한 사례를 더 명확하게 들여다볼 것”을 강조했다. 규정, 범주화의 위험을 보여준 것이다.
폭력이란 ‘상상력의 실패’라고 말하며,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보여준 간디, 걷기란 “자극과 휴식, 노력과 게으름 사이의 정확한 균형”이라고 정의한 루소, “완벽한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자신의 방향성을 바꾸려는 시도”에 가치를 부여한 니체 등 행동이나 삶의 방향에 대해 나침반이 돼준 철학자들의 지혜를 유쾌한 작가의 안내로 따라갈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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