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있는 한 백화점의 본점과 명동 쇼핑거리 사이에는 넓은 도로가 있다. 백화점 앞에서 이 도로를 건널 수 있는 신호등이 딱히 없다 보니 이곳에서 쇼핑거리로 건너가려면 신호등보다는 지하차도를 이용하는 게 더 빠르다. 명동 지하쇼핑센터 12번 출구에서 14번 출구로.... 많이 걸을 필요도 없다. 명동 거리와 백화점은 그만큼 가깝다.

도로를 사이에 둔 두 곳은 최근 여러 기사에 등장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다만 기사 내용은 좀 다르다. 백화점 기사에는 이른 아침부터 명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등장한다. 실시간으로 주요 백화점 명품판매장 대기현황을 알려주는 사이트까지 나왔을 정도로 명품을 업은 백화점은 늘 북적인다.

반대로 건너편 명동 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무너진 지역경제’의 대표 사례로 등장한다. 취재 차 명동 거리를 걸으면 한때 이곳이 관광 명소였나 싶을 정도로 한산하다. 작년부터 붙어 있던 임대 팻말이 아직도 붙어 있는 건물도 있다. 백화점과 명동 거리를 모두 돌아보고나면 서로 분위기가 너무 달라 두 장소 사이에 있는 도로가 유난히 넓어 보이는 착시가 느껴질 정도다.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들으면 심리적 거리감은 더 커진다.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이렇게 돈이 많은지 몰랐다”, 보복 소비를 피부로 느낀다“며 희망찬 미래를 말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빚만 남은 삶”을 얘기하고, “불투명하다 못해 깜깜한 미래”를 전망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로 공감을 못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백화점에 사람이 몰린다는 기사는 믿기 힘들다”는 말과 함께 “그런 기사 보면 화만 난다”고 말하는 자영업자와 주말에 외출할 때마다 쇼핑 나온 인파를 보는 시민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발표한 통계는 이러한 간극을 잘 드러낸다. 코로나19로 누군가 어렵다는 사실은 알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량은 “거리두기 단계별 조치로 운영이 중단·제한된 자영업자에 국가가 재정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추가 세금을 내겠다는 비율은 10명 중 2명 수준에 그쳤다. 절반이 넘는 55.5%는 “세금을 더 낼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상황과 IMF 외환위기를 비교한다. 국가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 그 와중에도 수혜계층과 피해계층이 명확히 존재한다는 점 등이 닮은 탓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IMF 때는 금 모으기 운동처럼 전 국민이 함께 위기를 극복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그런 연대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여러 형태로 갈라진 사람들의 속사정을 한데 모아 전달하는 것은 사회의 모든 면을 살피는 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내 몫이지만 답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