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금융당국의 기계적인 인허가 심사중단제도가 바뀐다. 고소, 고발 사건에 휘말렸다는 이유만으로 신규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는 사례가 사라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4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금융권 인허가 심사중단제도 개선방안’을 발펴했다.
우선 소송·조사·검사 등이 진행 중이라도 몇 가지 요건을 충족했을 때만 인허가 심사를 중단키로 했다. 크게 ▷조사 ▷제재 ▷검찰 고발 ▷기소 ▷재판 등 절차와 ▷중대성 ▷명백성 ▷긴급성 ▷회복가능성 등 원칙별 요건으로 나눠 살펴본다.
구체적으로 보면 고소·고발이나 수사 단계에서는 심사를 중단하지 않고, 범죄 혐의점이 있다고 판단되는 강제수사(압수수색·구속), 기소 시점부터 중단한다.
행정절차는 인허가 신청 전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인허가 신청을 접수한 후 공정거래위원회이나 금융감독원, 국세청의 조사가 이뤄진다면 금융당국의 인허가 심사는 계속 진행된다. 이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중단한다. 신청서 접수 전 조사 절차가 시작됐거나 신청서를 낸 이후라도 본격적인 제재가 이뤄졌을 때다.
아울러 사건의 중대성, 명백성, 회복불가능성 등을 살펴본다. 심사 중단 사유가 인허가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인허가 심사 판단을 번복했을 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는지 등을 고려한다.
만약 심사가 중단됐다면 금융위원회는 6개월마다 주기적으로 재개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한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진행된 지 1년 이상 지났는데 기소되지 않았거나 재판에 넘겨졌더라도 1, 2심 모두 무죄를 받았다면 심사를 재개한다.
금융지주와 보험사, 여신전문금융사도 앞으로 신규 인허가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간 은행, 증권사 등과 달리 규제를 받지 않아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금융위는 “법적 불확실성 해소, 예측가능성 제고로 금융사들의 신사업 진출이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심사중단제도란 소송, 조사, 검사 등이 진행 중인 경우 인·허가와 대주주 변경승인 심사절차를 중단할 수 있는 제도다. 소송에 따른 법률 리스크와 조사·검사로 인한 제재로 인해 관련 금융회사가 징계조치를 받을 경우 인·허가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한 조치다.
하지만 소송, 조사, 검사 등의 기준이 모호해 금융사 입장에서 신규 사업 진출에 따르는 규제 리스크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과거 미래에셋대우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인해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에서 떨어진 것을 비롯해 최근 카카오페이가 2대 주주인 중국 알리페이(앤트파이낸셜)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심사에서 보류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나은행, 하나카드 등은 지난 2017년 시민단체의 고발 사건 때문에 마이데이터 심사 중단을 겪기도 했다. 그때 고발 사건은 4년째 검찰의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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