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자율·평등한 새 경제 시스템 필요
4차산업혁명은 기회, 경제 재도약 디딤돌
규제완화 시급, 경제적 자유 중국만 못해
‘갈라파고스 규제 국가’오명…일자리부족 원인
공정 경쟁, 규제 풀고, 부의 소득세 도입해야
4차산업 가속사회에선 ‘선착의 효’가 절대적
전문 정책관료제로 무능·관피아 해결해야
북극항로 무역로 개척, 한·미·러 합종 제안도
코로나 19로 경제활동이 더 위축됐지만 우리 경제가 성장 동력을 상실했다는 우려는 진작에 나왔다. 새로운 성장의 문턱인 4차산업혁명의 와중에도 기술혁신은 더디고 사회갈등만 증폭되면서 비상하지 못한 용이 될 처지에 놓였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사회현실을 전면적으로 진단하면서, 특히 경제를 다시 살릴 대책을 강구하는 정책적 제안이 줄을 잇고 있다.
김낙회 전 관세청장을 비롯, 금융전문가 5인이 내놓은 ‘경제정책 어젠다 2022’(21세기북스)는 기업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무엇보다 규제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제도적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적 자유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도 못하다.세계 100대 스타트업 가운데 13개 기업이 하는 비즈니스가 한국에선 시작도 할 수 없다. 또한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의 절반 정도가 한국에서는 사업이 불가능하거나 조건을 바꿔야 한다. 2018년 유럽상공회의소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독특한 규제가 많은 ‘갈라파고스 규제 국가’라고 평가했다. 더욱이 노동 유연성이 낮아 일자리를 늘리기도 어렵다. 고용주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어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규제 완화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이유는 여럿이다. 기득권과 관료의 보신주의, 안전과 환경 등 사회의 과도한 가치 기준 둥이다. 이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저자들은 기득권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미있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는 이 책의 핵심 주장이기도 한데, 부의 소득세 도입으로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전 국민이 번 소득에 과세하되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소득이 적거나 없는 사람은 기본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일정 금액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부의 소득세제 도입을 비롯, 기준국가제를 통한 규제 개혁, 비지배주주와 이해관계자 권익을 보호하는 기업 지배구조 혁신 등이 이 책에서 제시하는 3대 과제다.
저자들은 마음이 급한 정부가 지금까지 주로 능력있는 선수를 규제하고 뛰지 못하도록 손다리를 묶는 방식을 취해왔다며, 이젠 자유로운 경쟁과 공정한 룰 적용, 기본 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해 혁신이 살아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가하면 2017년 ‘패권의 비밀’로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김태유 전 서울대 교수는 ‘한국의 시간’(쌤앤파커스)을 출간, “‘이제 우리는 중진국 함정에 안주하느냐, 아니면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하는 결단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며, 어떻게 하면 글로벌 패권국이 될 수 있는지 구체적 대안을 제시한다.
김 교수는 김연배 서울대교수와 공동으로 저술한 이 책에서, 바둑용어인 ‘선착의 효’를 강조한다. 가속사회에서는 먼저 시작하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가령 인류에게 처음 가속사회를 선보인 네덜란드의 상업혁명은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거듭났고, 가속사회를 처음 완성한 대영제국의 영광은 미합중국으로 이어졌다. 후발국에게도 작은 선착 효과는 있다. 독일의 화학산업, 일본의 소재 산업,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그렇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밀레니엄의 선착이 진행중이며, 이 지점이 우리가 선진국을 추월할 유일한 기회라고 본다. 독점 패권은 어렵더라도 유사산업 종목에서 일종의 과점 패권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을 일군 한국인의 독특한 DNA, 즉 자전거도 못만들면서 자동차를 수출하겠다는 엉뚱한 발상은 우리의 힘이다.
4차 산업혁명 성공을 위해선 정부 혁신, 사회 혁신, 대외 혁신 등 3대 혁신은 필수다. 이 모든 것은 정치가 아닌 정책 중심이 돼야한다.
정부 혁신 가운데 최우선은 규제완화다. 과거 강력한 규제를 통해 한강의 기적을 성공시켰다면, 4차 산업혁명과 지식기반사회에선 민간기업이 각자 잘할 수 있는 사업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제를 최대한 완화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성공과 실패가 수없이 터져나올 수 있도록 자율적 환경을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
또한 전문 정책관료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과거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는 데는 일반 행정 관료로 충분했지만 수없이 많은 신산업 기술과 신기술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선 전문지식을 갖춰야 이끌거나 뒷받침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전문성을 강화한 직무군 직무열 제도를 도입, 무능한 만능공무원, 관피아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외 혁신의 대안 가운데 북극항로 개척은 경제적·외교적 측면에서 눈길을 끈다.최근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북극항로가 열리면서 한반도의 대한해협을 경유하게 된 것은 좋은 기회이자 도전이란 것.
기존의 항로들이 물동량을 더는 수용하기 힘든 상황에서 북극항로는 1년에 3,4개월 쇄빙선 없이 운항이 가능하며, 2030년이 되면 1년 내내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북극항로는 적도항로에 비해 5000km 더 가까워 아시아 유럽간 거리는 30%, 비용은 25% 절감되는 이점이 있다. 한국형 북극항로 전용선 개발로 경제성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저자는 이와함께 외교적 선택지로 한·중·일의 연횡에 더해 한·미·러의 합종을 제안한다. 중국과 미국 중 하나를 요구받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와 인문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국가 미래의 그림을 제시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경제정책 어젠다 2022 자유, 평등 그리고 공정/김낙회 외 지음/ 21세기북스
한국의 시간/김태유·김연배 지음/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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