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인, 병가 7회·병조퇴 8회 신청

인권위 “진정인에 심리적 모멸감 줘”

국가인권위원회. [연합]
국가인권위원회.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보호를 위한 분리조치라도 가해자의 근무장소를 환경이 열악한 지하실로 변경했다면, 인격권과 건강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12일 인권위에 따르면 교직원으로 근무하는 A씨가 학교 이사장을 상대로 낸 진정 사건에서 인권위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의 근무 장소를 변경하더라도 해당 조치가 피해자 보호 취지를 벗어나 징벌에 준하는 조치 또는 행위자에게 모멸감을 줄 목적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그러면서 학교 측에 향후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를 분리조치할 경우 피분리자의 인격권과 건강권을 고려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진정인 A씨는 지난해 3월 근무 중 다른 직원에게 언성을 높였다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지목돼 지하실로 근무 장소 분리 명령을 받았다. A씨는 같은 해 8월 해임될 때까지 두통, 어지럼증 등의 사유로 병가 7회, 병조퇴 8회를 신청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해당 지하실은 지하 1층에 있어 자연 채광이 되지 않고 공기 순환이 잘 되지 않는 공간이었다. 근처에 기름이 담긴 제초기를 보관한 창고가 있어 기름 냄새도 심하게 났다.

이에 인권위는 해당 지하실이 사무 환경 측면에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지역 교육감이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학교 측에 근무 장소 재지정을 검토할 것을 권고한 적도 있다고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사무 공간이 지상층에 배치된 것과 달리 A씨의 근무 장소가 지하 1층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심리적 모멸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도 인권위는 판단했다. A씨가 지속적으로 병가·병조퇴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학교가 건강상 고충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봤다.

인권위는 “진정인은 병가 사용이 많지 않았는데 근무 장소 변경 조치 이후로 병가와 병조퇴를 지속적으로 신청했다”며 “행위자에게 건강을 해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의 사무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