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생태계 강화에도 크게 기여”…IAEA 추가 의정서 가입 조건 달아

[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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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탈(脫)원전을 골자로 국내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는 해외 원전시장 공동 진출에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원전사업 공동참여를 포함해 해외원전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최고 수준의 원자력 안전·안보·비확산 기준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또 공동성명과 함께 공개된 '팩트시트(Factsheet)'를 통해 한미 양국은 함께 원전 공급망을 구성함으로써 해외 원전시장에 공동참여하기로 약속했다. 이런 협력의 하나로 원전 공급 때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 의정서 가입 조건화를 양국 비확산 공동정책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즉, 한국과 미국이 원전을 제3국에 수출할 때 상대국이 IAEA 추가 의정서에 가입해야만 원전을 공급하기로 조건을 내건 것이다. 현재 IAEA 추가의정서 가입국은 140여 개국이며, 브라질 등 일부 개발도상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등은 가입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한미 동맹 강화와 비핵확산 공조 차원"이라며 "세계 원전 시장에서 미국이 가진 영향력이 큰 만큼, 미국과 협력을 우선 강화하는 것이 우리의 해외원전시장 참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미 정상 간 합의를 계기로 양국 주요 기업 간에도 구체적인 협력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한미가 원전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양국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통적인 원전 강국인 미국은 세계원전시장에서 러시아와 중국에 빼앗긴 리더십을 찾기 위해 신규 원전 수주에서 한국, 일본 등과 국제공조 강화를 꾀하고 있다. 한국도 국내에서는 탈원전 기조로 가되, 국내 원전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원전 기술은 수출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전 1호기가 지난달 6일 상업운전에 성공함으로써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에 이어 세계 6번째로 수출 원전이 실제 운영되는 국가가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 강국인 미국 기업과 우수한 기자재 공급망과 더불어 바라카 원전 1호기 상업 운전을 성공시킨 우리 기업 간에 최적의 해외원전 공급망을 갖추게 되면, 수주경쟁력 제고와 양국 원전 생태계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원전업계도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원전 수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이번 회담 결과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체코, 폴란드,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신규 원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체코는 두코바니 지역에 사업비 8조원 규모로 1000∼1200MW급 원전 1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0월 체코 총선 이후 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과 프랑스, 미국이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폴란드는 총 6000∼9000MW 규모의 신규원전 6기 건설을 위해 잠정부지를 선정했으며 한국과 미국, 프랑스 등과 신규 원전 도입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차세대 원전 2기를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원전 이외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도 양국 간 협력 가능성이 제기된다. SMR은 용량은 기존 대형원전 대비 10분의 1수준으로, 새로운 설계 개념을 적용해 안전성과 활용성을 대폭 높인 원전이다.

초기 건설 비용이 적고 기존 전력망 등에 영향을 받지 않아 전력생산은 물론 수소생산, 지역난방 등 다양한 시설에 적용할 수 있다. 현재 한국,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SMR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도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방안으로 초소형원전 육성 정책을 밝히면서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얼마 전 빌 게이츠도 원전기업 테라파워를 설립하고, 2030년까지 SMR '나트륨'을 미국 내에서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양국은 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정부 간 협의를 지속하면서 원전 수출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