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4월 KPGA의 개막전에서 일어났던 경기위원회의 현금 수수와 오심 문제는 경기위원장이 사직하면서 수습국면으로 들어갔다. 경기위원회는 공정한 진행과 판정이 생명인데 KPGA는 신뢰를 잃었다. 이 문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KPGA의 선수들이다. 선수들은 경기위원회의 문제점을 오래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지만 오심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항의를 하는 선수는 드물었고, 항의를 하더라도 실상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철저히 은폐해 왔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심각한 문제점이 왜 개선되지 못했으며 선수들은 왜 침묵했을까? 작은 조직이지만 경기위원회가 중요한 이유는 KPGA 전체가 공정한 조직인지를 평가 받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경기위원장 교체는 답이 아니다 당장 경기위원장이 바뀐다고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기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코리안투어의 경기위원회는 전원 KPGA 회원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체육계에 일반화된 선후배 사이의 봉건적인 위계질서가 뚜렷하며 외부인사에 대해 배타적이다. 레프리들은 우선 선수들의 선배이므로 판정 시에도 선후배 사이 위계질서의 감정이 앞서게 되며 이쁜 후배와 미운 후배를 구별하는 편파 판정이 나오게 된다. 또 어떤 선수의 코치가 누구이고 그 코치의 선배는 누구인지 내부 인맥들을 잘 알고 있어서 판정할 때 이해충돌의 문제가 발생한다. 어린 선수들은 오심이거나 불공정한 판정임을 알면서도 선배에게 항의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간다. 그 선수들이 무엇을 배울지 걱정된다.아무리 떠들고 비판해도 KPGA의 회원들은 투어의 레프리 자리가 자기들이 당연히 챙겨야 하는 밥그릇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1부 리그의 레프리 9명, 2부 리그의 11명 전원이 회원 출신인 것이다. 지방 대회의 레프리들까지 포함한 숫자는 66명인데 그들이 외부 기관에 의해서 시행한 골프룰 시험을 모두 통과했는지가 궁금하다. 위원장을 제외한 레프리들은 고정된 급여를 받는 것이 아니라 대회 출전 날짜에 따라서 많지 않은 일당을 받는 구조인데, 그 일당은 회원들이 만든 밥그릇 카르텔 밖으로 빠져나갈 수가 없다. 비회원 외부 인사를 영입하라KPGA는 우선 회원 출신이 아닌 외부의 인사를 경기위원장으로 영입하고 레프리의 50퍼센트를 비회원으로 공개 채용할 것을 권한다. 프로골프의 레프리는 적은 수입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 우선 명예로운 자리이다. 영국 R&A와 USGA의 룰 테스트에서 고득점을 하고 레프리의 자리를 기다리는 우수한 인력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들은 시험 점수만 높고 대회경험이 부족하다고 평가절하할 수도 있지만 룰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서 경험만 많거나, 이해충돌의 당사자가 판정을 내리는 것 보다는 덜 위험하다. 생각이 다르고 경험이 다르고 전공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야 개선의 아이디어가 나오고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KLPGA의 경기위원회를 보라. 외부에서 영입된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선수 출신이 아니지만 KLPGA 경기위원회와 레프리 개개인의 수준을 대한민국 최고로 만들어 놓았다. 물론 KLPGA도 대부분의 레프리를 회원 출신으로만 채용하는 배타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위험해 보이기도 하지만 현재는 최진하 위원장의 리더십이 빛나고 있다.동종교배와 이종교배동물이건 식물이건 동종교배를 계속하면 결국 열성인자가 나온다. 이종교배가 되어야 우성인자가 나온다는 과학적 이론은 KPGA에도 적용된다. 이사회, 경기위원회 등을 회원 위주로 조직하는 것은 동종교배를 고집하는 것과 다름없다. 회원출신들만 고집하는 KPGA의 순혈주의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내부의 담합과 폐쇄주의를 불러옴으로써 결국 회복하기 어려운 파국의 길로 가게 될 위험이 크다. 그래서 협회의 경영, 대회 운영, 경기위원회 등을 이끌고 나갈 인재들은 선수출신 회원과 외부 인원을 적절하게 섞어야 한다. KPGA를 걱정해 주고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도움 받을 조직을 신뢰할 수 없다면 누가 선뜻 나서겠는가? *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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