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아. 소화가 잘 안되네’ 어디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소리다. 소화불량은 어느새 현대인의 가장 익숙한 질환이 됐지만 소화기능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의심없이 전해져왔던 정보중에는 잘못 전달된 부분도 더러 있다.
입맛 없을 땐 밥에 물 말아먹기
흔히 식욕이 떨어지고 입맛이 없을 때에는 밥에 물을 말아먹는다. 하지만 밥이 술술 잘 넘어가는 것이 문제다. 소화불량의 기본 조건은 잘 씹지 않는 것. 후루룩 넘긴 음식은 소화가 잘 될리 없다.
물에 말아 먹는 것도 문제다. 침에는 아밀라아제라는 분해효소가 있기 때문에 음식물이 침과 골고루 섞여야 소화가 잘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과 음식물을 동시에 먹으면 위 속에 있는 소화액도 희석되므로 소화능력은 더 떨어진다. 물은 식사를 마치고 한 시간 이후에 마시는 것이 좋다.
소화 안될 땐 탄산음료?
잘못 알려진 정보의 대표적인 예이나 아직도 이를 일상에서 적용하는 분들이 많다. 바로 소화가 안 될 때 찾는 탄산음료이다. 속이 더부룩할 때 탄산음료를 마시면 청량감과 트림을 하면서 소화가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는 기분상의 효과일 뿐이다.
실제로 탄산음료는 소화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강재헌 인제대 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기능성위장애의 경우 탄산가스 자극에 의해 소화기능이 촉진된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 환자의 경우이며 일반화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산음료를 마신 후 나오는 트림은 몸에 흡수되고 남은 탄산가스가 입 밖으로 다시 나오는 것뿐이며, 탄산 자체가 소화기능에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조금 먹었는데 과식한 기분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사람들이 있다. 거짓말처럼 믿겨지지 않지만 의학적인 근거는 있다. 사람마다 얼굴이 다양하듯이 위도 다르다. 의학전문가에 따르면 위가 제대로 늘어나지 않거나 위장 운동 장애가 있을 때, 또는 위 신경이 예민한 경우 ‘기능성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음식물이 600㏄ 정도 위에 들어오면 배가 꽉 찬 것처럼 느껴지는데, 위 신경이 예민하거나 위가 잘 늘어나지 않으면 300㏄ 정도만 들어와도 과식한 듯 불편함을 호소한다. 평소 흡연을 하는 행위도 위 신경을 예민하게 만들 수 있으며, 스트레스 또한 위장운동에 방해를 주는 큰 요인이다.
채소는 무조건 소화 걱정없다?
소화가 잘 안되는 사람도 채소라면 안심하고 먹는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먹었을 때에는 복부팽만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가 ‘소화불량 증상을 악화할 수 있는 음식’으로 분류한 항목에는 ▷튀긴 음식 ▷우유·치즈 등 유제품 ▷파스타·빵·케이크 등 밀가루 음식 ▷초콜릿 등의 음식 외에 ▷‘지나치게 많은 채소(식이섬유)의 섭취’ 도 포함되어 있다. 브로콜리나 양배추 등의 채소는 한 꺼번에 과도하게 섭취시 배에 가스가 찰 수 있다.
또한 샐러드나 쌈으로 먹는 생채소보다는 살짝 익힌 채소가 소화가 더 잘된다. 평소 복부팽만감이 자주 느껴진다면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는 한 꺼번에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하며, 소화불량에 시달릴 경우에는 샐러드보다 나물무침이 더 좋다.
속 쓰릴 때 우유 마시기?
우유의 부드러운 질감은 위 점막을 보호해 당장이라도 속쓰림을 달래줄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속이 쓰릴 때 우유를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우유를 마신 후 속쓰림 증상은 더 악화할 수 있다. 우유의 단백질인 카제인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위산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속이 쓰릴 때에는 우유 대신 카모마일차나 바나나 등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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