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 서울, 멘디 엘-사예 첫 한국전
신문, 불교 판화, 이슬람어 손글씨 등 중첩
의도된 혼란으로 현대사회 '체계'와 '시스템'에 저항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출신인 아빠와 말레이시아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딸은 5살때 영국으로 건너오게 된다. 신부전증을 앓으면서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컴퓨터 수리공으로 오랜기간 일한 아빠, 이민자 가정, 경계인이라는 환경 속에서 이민자 2세로 복합적 정체성을 획득한 작가는 2019년 런던 치젠헤일 갤러리 개인전 이후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36살 멘디 엘-사예의 작업은 복잡하고, 무질서하고, 어지럽지만 동시에 폭발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멘디 엘-사예의 첫 한국전 '수호를 위한 명문'이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린다. 작가는 의사소통, 지식, 정체성의 분열 등을 작업의 주요 주제로 활용하며 문화단절, 언어적 엔트로피, 의미의 변형이 발생하는 장소로서 신체를 탐구한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신문 기사, 불교 판화를 실크스크린한 이미지에 작가의 아버지가 쓴 글씨, 모슬린 천, 수술용 거즈위로 격자 무니가 랜덤하게 펼쳐진다. 철망 이나 그물망 혹은 재단용 그리드처럼 보이는 격자 무니는 '넷 그리드' 회화 시리즈다. 그리드 사이로 아랍어 문장과 신문 텍스트 등이 겹쳐지며 서로를 흡수하고 또 뭉갠다. 리만머핀 서울은 "그리드 아래 재료를 다양한 시점에서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딱 떨어지지 않는 것은 완벽한 통제라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2019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넷 그리드' 시리즈에 대해 "이 작품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의 보편화에 관한 것이다. 라텍스, 종이, 그리고 무슨 뜻인지 알아 먹을 수 없는 아버지의 아랍어 손글씨 등 내가 수집한 잡다한 것들을 섞고 계속 쌓아 나가다보면 내 개인의 경험을 벗어난다. 그러나 그안엔 나도 분명히 있다"고 설명한다.
전시장 벽을 감싸는 캔버스천도 작가가 직접 제작한 것이다. 사운드 스케이프 작업인 '초크(Chalk)'는 주변의 소리, 인더스트리얼 사운드, 종소리, 일렉트로닉 음악, 독경소리 등 각기 다른 출처의 소리를 쌓아 올린 것이다. 작곡가 릴리 오아크와 함께 작업했다.
지극히 혼란을 유도하는 전시다. 작가는 우리가 선호하는 분류 시스템이 오히려 편견이 폭력, 다름에 대한 공포를 키울수 있다고 본다. 의도적으로 반 분류적이고 무의미한 것을 추구하는 멘디 엘-사예는 기존의 지배적 방식이 무너지고 새로운 가능성이 그려질 수 있는 공간을 꿈꾼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일상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팬데믹 시대, 그의 작품이 외치는 혼돈이 그리 혼돈스럽지만은 않다. 전시는 7월 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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