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역수호’ 내걸고 당선, “변호사 생존 문제 업무 1순위”
변호사 배출 규모 감축, 인접 직역 통폐합 문제 재논의
“법조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 재산권, 기본권 침해 문제”
“로스쿨도 경쟁 필요… 법조인력 하향 평준화 막아야”
“법률 플랫폼은 광고비 지출하는 쪽이 유리…시장 왜곡”
[헤럴드경제=좌영길·서영상 기자] 이종엽(58·사법연수원 18기) 대한변호사협회장의 당선 과정은 전임자들과 다른 점이 많다. 최근까지 전임자들은 거의 대부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출신이었고, 경쟁자들도 많지 않았다. 반면 주로 인천에서 활동해 온 이 협회장은 5명의 후보가 난립하는 치열한 경합과정을 뚫고 당선했다. 사법연수원 18기로, 대법관들보다 법조경력이 많지만 젊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강력한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협회장은 “청년 변호사들이 닥친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지지를 받은 것”이라며 “앞으로는 할 말은 하는 회장이 되겠다”고 말한다. 점잖게 사회 원로로 활동하는 게 아니라, 직역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행동주의’ 회장이 되겠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향후 2년 임기 동안 변협은 변호사 배출 규모 감축, 인접 직역 통폐합 같은 민감한 문제에 정면으로 맞설 예정이다.
취임한지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법조계에서 이 협회장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유지한 법무부의 정책을 정면 비판하는 성명을 내는가 하면, 최근에는 변호사 소개 플랫폼에 광고를 내는 회원들을 징계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변호사 광고 규정’ 전부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열린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에서는 현재는 피고인 신분이 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부적합’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동안 많은 회원들이 ‘변협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 왔습니다. 법조의 중심이 돼야 할 때에 변협이 침묵하고 있었던 거죠. 원로 변호사들은 변호사의 자존심, 변협의 위상 이런 데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젊은 변호사들은 생존의 문제에 직결해 있습니다. 유일한 법정 재야 법조단체의 대표자로서 할 말을 할 생각입니다.”
취임 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안은 변호사업계 일자리 문제다. 특히 자신을 지지해 준 청년 변호사들의 생존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예전에는 사법연수원만 들어가도 국가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양질의 교육을 받았죠. 공무원 신분을 보장받고 국가가 제공하는 인프라를 통해 명망있는 전문가로부터 실무 수습을 받았어요. 저 때는 변호사 자격만 있어도 대기업 부장으로 채용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달라요. 대기업 대리도 어렵죠. 요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예전과 성장과정부터 다릅니다. 입학할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1년에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 가량 학비를 내고 수업을 받습니다. 자기 돈을 들여서 법조인이 되는 거예요. 그렇게 3년을 고생해서 변호사시험 합격해도 다시 실무 연수를 받죠. 이렇게 시장에 나오는데, 이전보다 훨씬 삭막한 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예전에 로스쿨 입학할 때 그리던 시장이 아닌 거죠. 원래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전제 조건은 인접직역을 통합하고, 법률적 소양을 갖춘 전문가들이 행정부 곳곳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법치에 기반한 행정을 하자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인접직역(법무사, 변리사 등)은 그 사이에도 점점 비대해지고, 변호사들의 진출경로는 마련된 게 없죠. 갈 곳은 송무시장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건 수임 경로는 갈수록 문란해지고 있는 거죠.”
대한변협이 직역단체로서 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특정 직업군의 이해관계에 사회 전체가 공감해야 하느냐는 반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협회장은 “법조가 닥친 문제는 내 가족의 문제고 이웃의 문제고,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말한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 수급 문제를 국가에서 통제하고 양질의 인력 수준을 유지하는 것처럼, 국민의 기본권을 다루는 법률가 시장도 사회 전체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내 재산권이 침해받거나, 신체의 자유를 제한당하는 일이 생겼을 때 의지할 것은 법이고, 결국 그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변호사들입니다.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환자가 수술을 받으려고 일정을 잡고 병원에 갔는데, 실력 없는 의사가 집도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법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건을 수임해놓고 잠적하는 변호사들도 나오고 있어요. 의뢰인은 소송비용 뿐만 아니라 재산을 잃죠. 우리 법조 시장은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일대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벌써 10여년이 흘렀는데, 이제는 법조 시장도 안정화 시키고 국민이 균질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환경에서 변호사들도 공익적인 의무를 다할 수 있는 거고요. 이 두 가지가 잘 조화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제 바람이고, 목표입니다.”
이 협회장이 생각하는 적정 변호사 수는 연간 1000명 선이다. 예전 사법시험 합격자 수와 비슷한 규모다. 변호사 공급규모를 줄이는 정책은 필연적으로 로스쿨 정원 감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와 갈등이 불가피하다. 이 회장은 “로스쿨도 경쟁하라”고 목소리를 낸다. “로스쿨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낮고, 학생이 빠져나가도 학교가 유지됩니다. 교육시장도 다 우열이 있는 거 아닌가요. 우열을 인정하지 않으면 결국은 수준이 하향평준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변호사 시장은 영역도, 국경도 없는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이하는데 로스쿨만 울타리를 쳐줄 이유가 없습니다. 로스쿨에서도 편입학이 가능해야 해요. 결원을 신입생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결원보충제’도 없애야 합니다. 물론 복잡한 문제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곪는 걸 그대로 내버려두면 다같이 붕괴될 수도 있는 겁니다. 지금부터 대비를 해야죠.”
대한변협회장의 임기는 2년이다. 인접직역 통폐합이나, 법조인 실무수습 내실화 등 현안은 예산이나 입법이 필요한 과제다. 이 협회장도 재임 동안 직역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 문제를 공론화할 협의체를 만들고 논의를 시작하자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배출인원만 대량화하는 정책을 지속해온 데 따른 대책을 강구해달라는 겁니다. 법조 인력에 대한 기본 방향과 정책을 다시 점검하고, 논의를 하자는 거예요. 변호사단체 외에 법무부와 교육부, 로스쿨이 모두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만들고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최근 변호사 소개 플랫폼 ‘로톡’ 문제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이다. 홍보비를 많이 지출한 변호사가 사건 수임에 유리한 구조로 설계된 이상, 시장 왜곡이 발생하고 협회 차원에서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게 이 협회장의 생각이다. “시장에서 원하는 양질의 법률가를 소개해주는 게 아니라, 플랫폼에 누가 돈을 많이 내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해주는 영리행위죠. 막 개업한 변호사들보다, 돈 많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절대적인 지분을 1등이 가져가는 거죠. 온라인 광고비를 지출해서 공장 돌리듯 법무법인을 운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법률가로서 실력과 무관하게요.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정보를 얻으러 갔다가, 잘못된 정보를 얻고 원치 않았던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니 시장을 왜곡하는 셈이죠.”
이 협회장은 직역수호 문제 외에 변호사단체장으로서 법조계 현안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같은 문제도 사건 당사자의 관점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이 있다면 기꺼이 입장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에서 고소장 접수가 잘 안돼요. 사건이 몰리니까 처리가 지연되는 거죠. 헌법에서는 재판청구권을 정해놓았지만,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일선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대책을 세워야죠.” 이 협회장은 인천지방변호사회 회장 재직 시절부터 뚝심있는 추진력을 인정받았다. 인천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으려면 서울을 오가야 했는데, 서울고법 원외재판부를 설치해 접근성을 높인 것도 그의 작품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실상 사라졌던 해경의 수사 기능이 부활한 것도 이 회장과 지역 시민단체가 목소리를 높인 결과다.
대한변협이 성명서를 내거나, 협회장이 입장을 밝히면 회원들 사이에 찬반 양론이 나뉘기도 한다. 하지만 3만명의 변호사들 의견이 항상 통일되기란 쉽지 않다. “변호사라고 해서 다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명서를 낼 때마다 회원 설문조사를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비판은 항상 있을 수 있습니다. 적어도 집행부 다수의 의견을 따르고, 국민 여론도 반영을 해야겠죠.”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에 출석했을 때도 이 협회장은 위원 중에선 유일하게 공개 입장을 냈다. “단순히 특정 인사에 대해 문제를 삼았다기보다,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위기의식을 고민해서 발언을 했다”는 이 협회장은 향후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인선 과정에서도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소신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가급적 자주 나서지는 않겠지만, 협회장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고, 그렇게 하다 보면 울림이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