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경쟁사 유출 시 업무상 배임 발생해”
“영업비밀 아닌 시간·노력 들인 자산 유출도 배임”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경쟁 회사에 산업기술이 아닌 자사 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재료를 보냈더라도, 영업 비밀이 담겨있었다면 업무상 배임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권모 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취지가 권씨가 재료를 송부함으로써 그 재료에 포함된 영업비밀 내지 영업상 주요한 자산을 유출한 것이란 주장으로도 이해될 여지가 있다”며 “원심으로서는 검사에 대해 석명권을 행사해 그 취지를 분명히 한 다음에 그에 관해 심리·판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사직원이 영업비밀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무단으로 반출했다면 그 반출 시에 업무상 배임이 발생한다”며 “영업비밀이 아니더라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사용자가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여 제작한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경우에도, 그 자료의 반출행위는 업무상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권씨가 유출한 재료와 파일에 대해 “비록 산업기술보호법에서 정한 산업기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배임죄의 객체인 영업비밀 내지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는 해당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디스플레이용 OLED 재료를 개발·생산하는 A사의 연구소 책임연구원이던 권씨는 2017년 3월 경쟁업체 B사의 이모 씨에게 A사가 보유하던 OLED 제작과 관련 실험에 필요한 재료를 빼돌려 보내준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A사의 중요한 영업비밀이 담긴 파일을 유출해 권씨가 보낸 재료 중에는 A사의 기술이 포함됐거나 B사가 입수하기 어려운 재료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권씨의 업무상배임 혐의를 무죄로 보고 배임수재 등 나머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권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3000만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재산상 이익이 아닌 재물 자체를 범행 객체로 한 경우엔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권씨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무죄로 봤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권씨의 벌금과 추징금은 그대로 둔 채, 징역 2년으로 형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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