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이한빛·서병기 기자]콜롬비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미술가 까를로스 하까나미호이(57)의 ‘바람의 구멍’ 전시회가 지난 4월 20일 시작해 6월 1일 끝났다.
KF(한국국제교류재단)와 주한콜롬비아대사관이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회화전은 남미 문화를 이해시키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남미의 문화를 다룬 예술은 국내에서는 드물다. 콜롬비아는 더욱 생소하다.
뚱뚱함이 강조되는 인물을 즐겨 그리는 콜롬비아 출신 페르난도 보테로는 국내에서 몇 차례 소개된 적이 있고,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마르케스가 콜롬비아 사람이란 사실은 알고 있지만, 아마존에서 가까운 토착민 출신의 추상 예술은 쉽게 만나기 힘들다.
하까나미호이는 14편의 회화를 통해 많은 영감과 통찰을 주고 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자 주요 작품명인 ‘바람의 구멍’은 부족의 현자였던 작가의 아버지가 달라이 라마와 만나 입으로 생명의 바람을 불어넣어 ‘치유’한 경험에서 비롯된 용어다. 그래서인지 보는 이로 하여금 근원과 자연, 그리고 인간적 만남에 관해 성찰하게 만든다.
작가는 콜롬비아 산티아고에서 고대 잉카 제국 직계 후손인 ‘잉가’의 일원으로 자랐다. 잉가 문화는 전통적, 토착적 세계관을 토대로 샤먼과 자연을 존중하며 선조들의 지혜를 실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히까나미호이 예술세계의 핵심이자 정신적 기원이다.
작가는 백인 중심의 인종주의들자과 토착부족들로부터 차별을 겪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때의 경험이 이분법적인 구분을 해체하는 예술 실천으로 이어지게 된다.
작가의 독창적인 추상 예술은 인간과 자연, 고대와 현대 등 이분분적인 구별을 초월하여 새로운 문화에의 개방, 상호 이해, 자연과의 조화 등 현 시대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가치들을 일깨운다.
관람객들은 자연과 전통이 현대미술과 조우하는 순간을 체험하면서 팬데믹 장기화로 지친 심신을 위로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까나미호이는 강렬하고 화려한 색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결코 부담스럽지 않고, 각각의 색을 살아나게 해 깊이와 밀도를 표현하고 있다. 추상 회화이면서 구상적인 요소도 담고 있고 시간과 공간, 물속과 물밖 경계 없이 운동성도 느껴진다. 채색을 쓰지 않고 먹만으로 그리는 동양화 고유의 회화양식인 수묵화 같은 대형 흑백그림도 있다.
KF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우리 국민들의 콜롬비아에 대한 이해를 돕고, 2022년 수교 60주년을 앞둔 한-콜롬비아간 문화 교류 깊이를 더해줬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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