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부당노동행위 파문
중노위 “개별사안일뿐” 확대 경계
경영계, 직접 교섭요구 봇물 우려
추후 법원 법리논쟁 치열할 듯
중앙노동위원회가 CJ대한통운의 택배노조 단체교섭 요구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하고 교섭에 나서라고 결정한 가운데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우려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4일 중노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노위는 대리점 택배기사가 CJ대한통운이 구축·관리하는 택배서비스 시스템에 편입돼 있고, CJ대한통운이 운용하는 서브터미널에서 배송상품 인수 등의 노무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CJ대한통운이 구조적 지배력·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의 대리점 택배기사에 대한 노조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중노위는 판정후 이례적으로 자료를 내고 “이번 판정은 CJ대한통운과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노조 사이의 단체교섭과 관련한 개별 사안을 다룬 것으로 원청의 하청노조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아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경영계에선 이번 결정으로 하청노조의 협상요구가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보험설계사나 방문판매원 등도 택배산업과 유사한 구조다. 도급구조가 촘촘한 조선·자동차 등 제조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택배노조는 중노위 결정후 입장문을 통해 “우체국, 롯데, 한진, 로젠의 원청 택배사들도 당연히 노조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된다”며 “‘무늬만 사업자’인 특고, 하청노동자 등을 비롯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과의 교섭의 물꼬를 튼 감격적인 판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4·5월 하청업체 노조의 단협교섭 요구가 있었던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당시 현대차, 기아, 현대위아, 포스코,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12개 사업장의 민주노총 산하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기업들과 교섭을 요구했다. 이후 원청업체 대부분이 거부하거나 대응하지 않자 중노위에 공동으로 조정신청을 냈고, 중노위는 교섭을 신청할 자격이 없다고 각하 판정했었다.
이번 판정으로 단체교섭 당사자로서 사용자를 인정하는 기준과 해석이 구체적 사안마다 달라질 수 있는 여지를 남겨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교섭에 적극 응할 경우 불법파견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원청이 하청업체 노조와 교섭하는 경우 이는 하청업체에 대한 상당한 지휘·명령으로 인정돼 불법파견 리스크가 높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원청 입장에서는 교섭에 응하던 응하지 않던 형사 처벌의 위험에 노출되는 셈이다.
중노위 판정은 당초 교섭의무가 없다고 한 초심 서울지노위 판정결과와 180도 달라졌다. 이번 판정에 CJ대한통운이 불복하고 법원으로 간다면 추후 법원에서는 법리 논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법원 판례의 입장은 직접 계약관계가 없는 사이에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다수였던 만큼 이번 중노위 판결을 일반화하기는 어렵고, 향후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하는 부분으로 생각한다”며 “결과적으로 원청이나 하청업체 노조가 앞으로 비슷한 문제에 소송을 낼 것으로 보여 사회적 혼란만 커지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김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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